요즘 의약품이 자주 품절이다.
아빠의 약도 그랬고, 엄마가 자주 사용하는 연고도 그랬다.
몇 군데를 전화한 결과, 재고가 있는 약국을 찾았다.
급히 아침부터 서둘러 약국으로 향했다.
필요한 의약품을 구매 후 넉넉한 마음으로 집으로 향하던 중, 오랫동안 가지 못했던 백화점이 눈에 보였다.
해당 백화점은 지하 코너에 맛있는 음식을 참 많이 판매하였다.
'백화점 오픈 시간 다 됐는데, 엄마 맛있는 것 좀 사다 드릴까...?'
재빠르게 주차를 하고, 후다닥 지하 코너로 가서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 몇 가지를 포장했다.
'빨리 집에 가야지!' 생각하고, 차를 주차해 놓은 곳으로 돌아왔다.
차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고 시동을 걸었다.
부드드드드드득...
몇 차례 시도했지만 평소와 다르게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차량 점검은 1년에 한두 번씩 꼭 하고 있었고, 그동안 고장 한번 난 적이 없었기에 많이 당황했다.
그런데 불현듯 시동이 걸리지 않을 때에는 배터리 문제일 수 있다는 글을 본 것이 생각났다.
'하... 배터리 문제인가.....'
일단 자동차 보험회사로 전화를 걸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차가 시동이 걸리지 않네요."
"지금 어디에 계신 건가요?"
"oo 백화점 지하주차장입니다."
"잠시만 기다리시면 고창출동 기사님이 연락 주실 예정입니다."
"네..."
자동차 보험 가입하고 출동 서비스는 처음 이용해 본다.
조금 기다리니 바로 출동 기사님의 전화가 왔다.
20분 정도 시간이 걸리신다고 하셨다.
'에휴.... 괜히 백화점에 와서 시간이 지체되네..'
'아니다. 아빠랑 있을 때 이랬으면 더 큰일 날 뻔했다.'
이런저런 별 생각이 다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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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출차 정산 했는데 어쩌지? 주차관리실에 전화해 봐야겠다."
백화점 대표 전화번호를 통해 주차관리실로 연결했다.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조금 있다가 차량 출차 예정이라고 설명드리고 전화를 끊었다.
'기사님은 언제 오시려나......'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어떤 직원으로 보이는 분이 다가온다.
"혹시 차가 고장 나셨나요?
"네. 출동 서비스는 불렀고요. 20분 정도 걸리신다고 하네요."
직원분은 조용히 차량 옆에서 다른 차들을 통제해 주시면서 함께 기다려 주셨다.
주말이었고, 백화점 오픈시간이라 차가 끝도 없이 들어오고 있어
내심 복잡해지고 있는 주차장 내에서 걱정이 앞섰는데.. 직원분이 도와주셔서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20분 정도가 지나니 출동 기사분이 도착하셨다.
상태를 보시더니 배터리를 교체해야 한다고 하셨다.
일단 시동이 걸리게 간단한 조치를 하고, 배터리를 본인에게 교체할지 정비소를 갈 건지 정하라고 하셨다.
본인에게 교체하면 저렴하고 어쩌고.. 하셨지만, 혹시 모르니 전체 점검을 받아야겠다고 마음먹었고..
날씨가 추워지고 있어 타이어도 살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작년 엄청 추웠던 날 아빠와 병원 다녀오던 길에 공기압 경고등이 떠서 식겁한 적이 있다.)
"바로 근처 정비소로 가볼 예정입니다."
"시동이 꺼지면 다시 시동 걸기 어려우니 꺼지지 않게 잘 운행해서 가세요."
나는 미리 전화로 알아본 정비소로 가기 위해 차량 출차를 서둘렀다.
나를 도와주신 직원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출차를 하려고 출차 입구로 진입했는데, 헉.... 차단봉이 올라가질 않는다.
뒤에는 다른 차가 줄지어 서있다.
'아... 후진을 해야 하나.... 여기서 정산을 다시 해야 하나.... 미치겠네.'
그런데 아까 나를 도와주셨던 직원분이 급히 뛰어오시더니 나갈 수 있게 조치해 주셨다.
그 순간 나에게 슈퍼맨이었다.
감사하단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리고, 급히 성함만 여쭤보았다.
(사실 나는 너무 정신이 없었다. 차도 손봐야 하고.. 집에서 혼자 힘들게 아빠를 돌보고 있을 엄마도 많이 걱정됐다.)
차를 몰고 정비소로 가는데 중간에 한 번씩 뚝뚝 끊어지는 느낌이 든다.
'정비소 갈 때까지만 버텨줘... 너무 무섭다. ㅠㅠ'
우여곡절 끝에 정비소에 차를 맡기고, 집으로 헐레벌떡 뛰어 왔다.
다행히 아빠는 별 일 없이 잘 있어주었다. 휴... 다행이다.
상황이 안정되니, 아까 큰 도움 주셨던 직원분이 생각났다.
서둘러 노트북을 켜고 해당 백화점 고객센터로 접속했다.
오늘 있었던 일을 게시판에 주절주절 남겼다.
아빠가 건강했었다면 많은 걸 알려주고 도와줬을 텐데...
오늘도 아빠의 부재를 느낀다.
몇 시간 후 차는 잘 고쳤다. 배터리 문제가 맞았다.
아빠와 함께 있을 때 도로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으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안전한 운행을 위해 오늘 고치게 된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원래 것보다 용량이 조금 더 큰 짱짱한 배터리로 교체했다.
공기압도 잘 맞춰놓고 브레이크 등 필요한 모든 것을 다 점검했다.
이제 마음이 놓인다.
(나는 언제부턴가 응급상황에 대비해 항상 차를 가까운 곳에 주차하고, 연료도 가득 채워놓는 편이다.
물론 술은 절대 마시지 않는다.)
그렇게 잠시 잊고 지냈는데.. 며칠 후 백화점에서 내가 올린 글에 대한 답변을 해주셨다.
해당 직원분께 포상을 할 예정이란다.
기분이 무척 좋아졌다.
아빠가 아프고 보니, 그동안 아빠에게 표현을 많이 하지 못한 게 너무 속상했다.
지금은 매일매일 사랑한다고 말하고 온몸 여기저기 주무르면서 얘기도 많이 하지만,
아빠가 건강했을 때 더 표현하고 여기저기 함께 많은 추억 쌓았으면 어땠을까 후회된다.
그 뒤로 생긴 습관 중에 하나가 잘 표현하는 것이다.
이번에도 큰 도움을 받은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진심으로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아픈 아빠와 함께 다닐 땐 대부분의 많은 분들이 배려를 해주신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주신다거나, 먼저 지나갈 수 있게 차량 통제를 해주신다.
내가 아빠를 차에서 휠체어로 옮길 때면 어디선가 달려와 휠체어를 잡아주시기도 한다.
한 번은 병원 내에서 아빠가 쓰러진 적이 있는데 어떤 직원분이 달려와 큰 도움을 주셨다.
그때도 너무 감사한 마음에 병원 내 게시판에 글을 남겼었다.
그분은 끝까지 성함을 말씀해주시지 않았지만, 어찌어찌 다시 연결되어 감사의 마음을 잘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아직은 서툴지만 진심 어린 마음을 잘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2024.11.28 - [아프지마요] - TPN 영양수액 주사로 견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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