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연하장애가 생겨 흡인성 폐렴에 걸렸고, 입으로 음식물을 섭취할 경우
폐렴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 콧줄을 끼게 되었다.
지금은 뱃줄(위루관, PEG)를 하고 있지만, 콧줄을 달고 살았던 기간이 무려 1년 2개월이나 된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다는 큰 고통.. 바로 콧줄이다.
검색 중에 어떤 환자분이 콧줄을 꼈을 때의 체험담을 적어 놓으신 글을 보았다.
굶어 죽을지언정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지독한 고통이라고 하셨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나지만 이런 글을 보면서 아빠의 고통이 얼마나 클지 마음이 너무 아팠다.
아빠는 참을성이 참 많은 사람이었다.
웬만하면 내색하지도 않고 지독하게 끈기도 있고 인내심이 강했다.
그래서였을까... 1년 2개월이란 시간을 잘 버텨냈다.
폐렴에 걸려 호흡이 불안정하고 계속 헐떡거리면서, 끝도 없는 기침과 가래 때문에 힘든 상황인데
거기에 콧줄까지 더하니 이건 총체적 난국이었다.
들숨날숨 호흡을 하는 동안 계속 콧줄은 들락날락 아빠의 속살을 괴롭히고 있었다.
어느 날 콧줄에서 피가 가득 나와 놀라 긴급 내시경을 한 적이 있다.
내시경을 들여다본 의료진은 환자가 많이 힘들 거라며 말도 못 하게 살이 헐어 있고 염증이 가득하다고 하셨다.
그렇다고 콧줄을 바로 뺄 수도 없는 상황이라 그저 약을 먹으면서 버티는 수밖에 없다는 의견...
비전문가인 내가 봐도 속 안 여기저기 빨갛게 헐어있는 사진뿐이었다.
그리고 이 콧줄이 염증을 만들어내고 이게 가래가 되어..
안 그래도 가래 때문에 숨이 턱턱 막히는 아빠를 더욱 괴롭히고 있었다.
콧줄은 신경 쓸 일도 참 많다.
경관식 피딩을 할 때 식사 전 소화가 잘 됐는지 리거지는 필수이고,
콧줄이 잘 위치하고 있는지 청진기까지 사서 주사기로 공기를 넣어가며 꼬르륵 소리를 들어야 안심했다.
피딩이 끝나고 나면 유동식이나 약물이 늘어 붙어 있는 튜브를 열심히 비벼주면서 세척했고,
튜브가 막히면 약간의 탄산음료를 넣어 뚫는 작업도 했다. (간호사 선생님의 팁)
콧줄은 고정하는 장치가 테이프뿐이어서 늘 콧줄 테이프를 구입해 놓고 콧등과 볼에 쭉 붙여놔야 했다.
콧줄의 교체주기는 1달이었다.
1달 동안 잘 버텨주는 게 생각보다 참 어려운 일이었다.
이벤트가 있는 날이면 콧줄을 빼고 검사를 한 후 다시 끼워야 했고,
아빠가 못 견디겠는지 스스로 콧줄을 뽑아내는 날엔 어김없이 또 끼워야 했다.
연하검사를 할 때에도 콧줄을 뺐다 꼈다는 반복 해야 했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보통 60~65cm 정도 삽입을 한다.
나는 이비인후과 가서 입을 벌리고 짧은 기구를 넣는 것만으로도 공포에 떠는데,
아빠는 마구마구 쑤셔 넣는 콧줄이 얼마나 끔찍했을까...
콧줄 삽입도 많이 해보신 스킬이 있는 의료진이 넣으면 잘 들어가는데,
가끔은 경험이 많지 않은 의료진이 와서 서툴게 삽입을 시도하다 아빠가 경기를 일으킨 적도 있다.
잘 안 들어갈 때에는 손을 바꿔봐야 한다며 여러 명의 의료진이 와 시도하는데...
너무 속상한 마음에 아빠가 연습 대상도 아니고 계속 무리하게 넣지 마시고
몇 시간 쉬었다가 시도해 보면 좋겠다고 한 적도 많았다.
어쩔 때에는 꿀떡꿀떡 잘하지 못하는 아빠에게 짜증을 내며 다그치는 의료진도 있어 항의를 한 적도 있었다.
꿀떡꿀떡 잘 삼키면 콧줄을 끼고 있겠냐고 공포에 질린 환자에게 왜 그렇게 소리치시냐고 말이다.
정말 콧줄 관련해서는 별의별 겪을 수 있는 상황은 모두 겪어본 듯하다.
참을성이 많은 아빠도 본인도 모르게 답답할 때마다 콧줄을 잡아 빼는데...
나는 밤새 보초병이 될 수밖에 없었다.
살이 빠지니 장갑도 소용이 없었다. (어느 순간 장갑도 저 멀리 휭 날아가 있었다.)
누워만 있는 것도 미칠 노릇인데 코에 긴 줄을 박아 넣고 손은 묶어 놓으니 얼마나 갑갑했을까..
퇴원하고 나서 집에 계실 때에도 긴 줄이 옷에 걸려 쭉 빠지거나,
밤에 자다가 무의식 중에 뽑아내거나 콧줄 관련 이벤트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생겼다.
콧줄을 다시 끼우려면 외래나 응급실을 가야 한다.
대학병원의 외래는 당일 쉽게 예약이 어렵고,
보통 이런 상황이 외래시간 외에 많이 생겼기에 응급실을 자주 가게 되었다.
몇 번 응급실을 가니 눈초리가 따갑다.
"또 콧줄 빠지셨어요?" (보호자는 당최 뭘 했냐는 듯한... ㅠㅠ)
응급실에서 바로 콧줄을 끼면 정말 다행이지만, 그렇게 운이 좋은 날은 드물었다.
콧줄은 응급환자가 아니기 때문에 먼저 온 우선순위 응급환자가 발생할 경우 계속 순번이 뒤로 밀렸다.
아빠는 휠체어에 오래 앉아 있기도 힘든 체력이었고,
조금만 시간을 지체해도 가래가 심하게 끓어 산소포화도가 뚝뚝 떨어졌기에..
응급실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너무 불안하고 무서웠다.
또한 코 안이 하도 헐어있어 얇은 사이즈의 콧줄을 끼우고 싶은데,
얇은 콧줄은 힘이 잘 받쳐주지 않아 넣기 힘들어서 응급실에서는 잘 안 끼워준다.
오히려 평소에 끼고 있던 사이즈보다 더 굵은 사이즈를 끼워놔서 완전 코끼리처럼 대롱대롱 달고 온 적도 있다.
한쪽 코가 늘 막혀 있으니 아빠의 숨소리도 거칠었다.
마치 심한 독감에 걸려 숨쉬기도 답답하고 가래는 늘 그렁그렁한데, 콧구멍까지 막아놨으니 24시간 답답했을 거다.
이런 이벤트가 없다면, 보통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있는 재활의학과를 통해 콧줄을 교체했었다.
외래에서 교체를 해야만 했는데, 한 번은 의료진이 줄줄이 실패해서 4시간이나 걸렸던 경험이 있다.
(결국 마지막에는 교수님께서 직접 시도하여 한번에 성공하셨다.)
콧줄을 끼우고 나면 위까지 잘 들어갔는지 엑스레이를 찍어야만 했는데...
어떤 날은 3번이나 엑스레이를 찍어도 영상이 잘 안 보인다고 해서 미치게 대기했던 날도 있었다.
그날은 결국 아빠가 지칠 대로 지쳐 지하주차장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결국 다시 119에 실려 응급실을 가게 되었다.
도저히 끼우다가 실패해서 내시경을 통해 끼운 날도 있었다.
내시경을 통해 끼우면 확실하게 위까지 넣을 수는 있는데..
시간과 비용이 들고 아빠는 끼우기 전까지는 쫄쫄 굶어야 했다.
의료진은 괜찮다고 했지만, 오히려 콧줄 길이를 너무 넣은 날엔 아빠가 몸이 불편한지
유독 구역감도 심해지고 소화가 더디기도 했었다.
개인별로 맞는 길이와 위치가 있는 것 같다.
오래 끼면 그 자리로 길이 난 것처럼 되기도 한다.
콧줄을 너무 오래 하고 있어서 지금도 식도 통하는 길이 늘 열려 있다고 한다.
그게 닫혔다가 열렸다가 해야 하는데, 계속 튜브를 끼고 있다 보니 이젠 그 기능도 상실된 것 같다.
때문에 음식물이 자주 역류되어 흡인성 폐렴의 위험이 아주 높다.
아빠가 입으로 밥을 먹는 게 소원이라 연하 재활에 유명하다는 병원의 진료를 받게 되었다.
교수님께서는 당장 뱃줄로 교체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셨다.
사실 그동안 몇 번 뱃줄 이야기를 듣긴 했었는데 자세히 설명해 주시는 의료진도 없었고,
배에 구멍을 뚫는다는 막연한 공포감이 너무 컸다.
- 외국에서는 6주가 넘어가면 위험성 때문에 뱃줄로 교체를 한다.
- 콧줄보다는 뱃줄에 통증 세포가 없어 환자가 느끼는 이물감도 적다.
- 연하검사 시에도 콧줄을 바로 빼자마자 검사를 하면 환자가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 뱃줄을 한 상태에서 입으로 하는 식사도 가능하다.
- 폐렴의 위험성이 적어진다.
- 뱃줄은 생각보다 쉽게 빠지지 않는다.
- 향후 연하기능이 좋아져서 뱃줄이 필요 없을 경우 제거도 가능하다. 등
나의 눈높이에서 궁금증을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교수님의 말씀으로 나와 엄마는 아빠의 뱃줄 시술을 결정했다.
해당 병원에서도 시술은 가능하지만, 현재 다니고 있는 상급종합병원은 더 경험이 많으니
그쪽에서 협진받아 시술할 것을 추천해 주셨다.
다니고 있는 상급종합병원에는 뱃줄만 전문으로 해주시는 교수님이 계셨다.
서둘러 예약하고 아빠의 뱃줄 시술을 진행했다.
처음 시술을 할 때에는 입원을 해야 한다.
보통 2박 3일 입원을 하지만, 아빠는 중간에 약간 열이 나기도 해서 4박 5일을 입원했었다.
뱃줄 종류도 여러 가지인데, 아빠는 증류수 체크를 할 필요가 없는 뱃줄로 시술해 주셨다.
해당 뱃줄 제품의 교체주기는 이벤트가 없다면 1년이라고 하셨다.
뱃줄 시술에 대한 만족도는 높았다.
튜브가 빠지는 일도 없었고, 아빠가 콧줄 때문에 받았던 고통도 사라졌다.
교체주기가 길어 병원에 가는 횟수가 줄었고, 무엇보다 폐렴에 대한 위험성이 줄었다.
이젠 응급실에 뛰어갈 일도 없다.
겉보기에 콧줄이 없으니 뚫어지게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줄었다.
교수님께서 시술을 잘해주셔서 염증 등 부작용도 없이 지금까지 잘 유지 중이다.
오히려 진작에 시술하지 못한걸 너무 후회하고 있다.
무지했던 나도 밉고, 적극적으로 나를 설득해 준 의료진이 곁에 없었던 것도 원통했다.
그랬으면 아빠가 덜 고통스러웠을 텐데...
지금도 연하기능 회복을 위해 열심히 힘쓰고 있고,
아빠가 입으로 식사를 하는 것이 나의 목표이자 꿈이지만..
그전에 아빠가 아프지 않고 고통스럽지 않았으면 좋겠다.
보호자도 많이 알아야 하고 공부해야 한다.
아는 것이 힘이자, 아빠를 덜 고통스럽게 할 수 있다.
2024.11.26 - [아프지마요] - 헉.. 욕창이 생겨 버렸다. (엉덩이 욕창 등)
2024.11.24 - [아프지마요] - 콧줄과 뱃줄 환자의 <경관식 처방>
2024.11.13 - [아프지마요] - 아빠, 잘 먹어야.. 아니 잘 소화시켜야 돼! (경관식 피딩)
'아프지마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갑자기 차의 시동이 걸리지 않아 당황했다. (8) | 2024.11.30 |
---|---|
TPN 영양수액 주사로 견뎌 보자. (8) | 2024.11.28 |
헉.. 욕창이 생겨 버렸다. (엉덩이 욕창 등) (70) | 2024.11.26 |
환자와 미용실 가기. (거동 불편한 환자의 헤어컷) (52) | 2024.11.25 |
콧줄과 뱃줄 환자의 <경관식 처방> (34) | 2024.1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