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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마요

아빠, 잘 먹어야.. 아니 잘 소화시켜야 돼! (경관식 피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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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 당시 너무 꼴보기 싫었던 곰돌이 피딩백. (밥 먹기 참 힘들다.)
입원 당시 너무 꼴보기 싫었던 곰돌이 피딩백. (밥 먹기 참 힘들다.)

 

 

 


 

 

아빠를 간병하게 되면서 또 한 가지 배워야 할 것은 바로 경관식 피딩이었다.

경관식이란 입으로 식사를 할 수 없는 환자를 위하여 콧줄이나 뱃줄 등의 튜브로

소화기에 유동식을 주입하는 식사 방법이다.

 

 

아빠는 흡인성 폐렴을 앓고 있었고, 근육이 소실되면서 삼킴 기능이 저하되어 연하장애가 생겼기에

입으로 식사를 할 경우 폐렴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 안전한 영양 공급을 위해 콧줄을 하게 되었다.

 

일반병실로 옮긴 후 오랜만에 아빠 얼굴을 보았을 때,

굵고 긴 줄이 대롱대롱 코에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보고 나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콧줄 하나만으로도 환자를 더 가엽게 만드는 것 같다.

 

폐렴 때문에 호흡이 꽤 불안정한 상태였는데, 숨을 헐떡일 때마다 그 콧줄이 코에서 들락날락거리고 있어

코 안이 얼마나 아플지 나는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가끔 코에서 피가 나기도 했고, 육안으로 보기에도 코 안이 빨갛게 헐어 있었다.

한 번은 콧줄에 빨간 물이 고여 있어 응급으로 내시경을 하게 되었는데,

내시경을 담당했던 의사분이 말씀하시길...

 

"환자분이 많이 고통스러울 것 같네요.  언듯 봐도 너무 많이 헐어 있어요."

 

 

컴퓨터 화면으로 띄워주신 아빠의 내시경 사진을 보니.. 세상에나....

그 얇은 점막들이 다 시뻘겋게 헐어 있었다.   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워낙 참을성이 강한 아빠인지라.. 말도 못 하고 그걸 그 아픈 와중에도 꾹 참으며 견뎌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때에는 콧줄을 유지하기엔 너무 염증이 많이 생겨 이틀정도 콧줄을 빼고 영양주사를 맞기로 하였다.

잠시지만 콧줄을 빼고 있던 이틀 동안 아빠는 너무 편안해하셨다.

또 약간의 생기가 돌며 말씀도 잘하셨다.  콧줄을 언제 뺄 수 있으려나...

 

 

이틀이 지나고...

영양공급과 약복용을 위해 다시 콧줄을 끼우게 되었는데..

이 콧줄을 끼우는 과정을 보면 보호자는 안타까움에 거의 미쳐버리게 된다.

 

폐렴 때문에 기침과 가래가 어마어마한 상황에서 콧줄을 끼워야 하는데,

약 60~65cm 정도까지 넣어야 했고.. 넣는 과정에서...

아빠는 불편한 이물감에 본능적으로 콧줄을 삼키지 못하고 뱉어내고..

코 안의 염증이 아물지 않아 가뜩이나 성이 나있는 연약한 점막에 계속 콧줄을 밀어 넣으니...

눈물, 콧물을 다 쏟아내며 으.... 윽..... 킁.. 으윽..... 등의 신음소리를 내며 너무나 고통스러워했다.

이렇다 보니 아빠는 콧줄 삽입이 힘든 환자로 분류되었고,

한번 콧줄을 넣으려면 길게는 4시간 동안 시도를 하기도 하였기에.. 의료진의 잔소리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겨우겨우 어찌어찌 콧줄 넣는 데 성공하면, 또 콧줄이 위에 잘 들어갔는지 엑스레이까지 찍고 확인한 후에야

영양공급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뿐이랴...

잘 들어간 콧줄이 계속 안전하게 유지되면 좋으련만, 무의식 중 불편한 이물감에 환자가 뽑아내기도 하고,

긴 줄이 어디 옷에 걸려 쭉 나오기도 하고, 관이 막히거나 샌다던가, 교체주기인 한 달이 되면...

이 콧줄을 넣는 과정을 또다시 겪어야 했다.

 

 

퇴원하고 난 이후에도 연하장애가 나아지지 않아 콧줄을 빼지 못하고 주렁주렁 단 채로 집에 왔는데..

이 콧줄 때문에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마음 졸인 일이 많았는지...

24시간 늘 지켜봐야 했고, 응급실을 수없이 가야 했고, 밤에는 무의식 중에 콧줄을 빼지 못하게 장갑을 끼워둬야만 했다.

 

환자에게나 보호자에게나 콧줄은 정말 최악의 고통이었다.

 

 

 

언젠가 인터넷에서 의료진분들이 콧줄을 체험하는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콧줄을 끼워 넣는 과정, 음식물이 들어갔을 때 느껴지는 고통,

앉아 있는 각도에 따른 불편함 등에 대해 자세히 알려 주셨는데...

결론적으로는 안 해본 사람은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의 고통이라고 했다.

나는 콧줄을 해보진 않았지만, 상상만으로도 이미 지쳐 있었다.

그리고 한없이 아빠가 안쓰러웠다.

(우리 아빠는 1년 2개월 동안 콧줄을 끼고 있었다.)

 

 

입으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게 참 행복한 일이란 걸..

건강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입원기간 동안 식사시간이 되면 옆 환자분들은 식판에 정갈하게 담긴 맛있는 밥과 반찬이 나왔지만,

아빠에게는 영양성분이 가득 담긴 약간 미숫가루 같은 액상의 유동식이 제공되었다.

다른 환자분들이 맛있게 드시는 식사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는 너무 속상했다.

우리 아빠는 가리는 것 없이 정말 옆 사람도 식욕이 돌게 할 만큼 음식을 맛있게 드시는 분이었는데,

입으로는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대롱대롱 콧줄에 억지로 유동식을 밀어 넣고 있으니... ㅠㅠ

 

 

처음 병원에서는 500ml씩 하루 3번 경관식을 드리라고 하였다.

언듯 보기엔 액상으로 쉽게 드릴 수 있을 것 같지만..

한 방울 한 방울 천천히 주입해야 하는 이 경관식 피딩을 결코 만만치 않았다.

아빠는 수도 없이 기침을 하고 가래가 끓었기에 천천히 피딩을 하게 되면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이걸 주입해야 했다.

또 먹고 난 이후에는 역류를 방지하기 위해 1시간 이상을 앉아 있어야 했다.

억지로 몸에 들어오는 이물감, 계속 같은 자세로 버텨야 하는 불편함...

 

 

보호자에게도 경관식 피딩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피딩 전에 가래 석션을 해야 했고, 위에 잔여물이 남아 있는지 리거지를 하고..

너무 차가우면 배탈이 날까 싶어 경관식을 따뜻하게 해 놓고,

피딩백과 줄을 조립하고 콧줄과 연결하여 천천히 주입을 해야 한다.

또 피딩이 끝나면 1시간 이상 환자를 앉혀 놓고 소화가 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매 식사시간마다 3시간 이상씩 하루 3번.

힘겨워하는 아빠에게.. 그래도 잘 먹어야 한다고 꾸역꾸역 식사를 챙기는 나에게도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언젠가는 아빠가 예전처럼 입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길  간절히 기도해 본다.

먹기만 하면 내가 세상의 맛있는 음식 모두 다 사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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