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기간 동안 아빠는 낙상의 위험성 때문에 기저귀를 착용하게 되었다.
중환자실에서 소변줄을 끼고 나오기도 했고..
거동이 어려운 상태에서 약에 취해 잠만 자는 아빠를 모시고 도저히 화장실을 갈 수 없었다.
급한 대로 병원 내 편의점에서 사 온 기저귀를 펼쳐보니 모양이 기저귀인 듯 아닌 듯 이상하게 생겼다.
기저귀도 종류가 꽤 많아서 고르기도 참 어려웠다.
급하게 포장지를 뜯어보니, 어디가 앞인지 뒤인지.. 찍찍이는 뭔지 도통 알 수 없었다.
기저귀를 갈아야 할 것 같은데.. 엄마에게 물어보니 혼자서는 힘들 거라고
간호사분께 도움을 요청해 보라고 하신다.
멋쩍은 표정으로 간호 데스크에 갔다.
"선생님. 죄송하지만 혹시 안 바쁘시면 저 기저귀 가는 것 좀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기저귀 안 갈아 보셨어요?"
"네.. 처음이에요."
'제가 살면서 아빠 기저귀를 갈게 될 날이 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었어요......'
어디서 가르쳐 주는 것도 아니고 당장 도움의 손길이 필요했다.
아빠를 간병하기 위해선 계속해야 할 일이었기에....
나의 요청에 급한 일을 마치고 와주신 담당간호사분은 빠른 손길로 기저귀 교체 방법을 알려주셨다.
무엇보다 환자를 돌려가며 기저귀를 끼고 빼고 해야 했는데...
다행히 아빠의 몸무게가 많이 나가지 않아 있는 힘껏 밀면 혼자서 어찌어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첫 기저귀 교체를 마치고 지쳐서 잠시 보호자 침대에 드러누워 있었는데...
커튼 밖에서 나는 어떤 대화소리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앞에 계신 환자의 보호자분이셨다.
그분도 환자분의 자녀분인 듯 보였다.
"어휴~~ 아빠. 내가 아빠 엉덩이를 이렇게 많이 보게 될 줄은 몰랐어. 빨리 좀 일어나. 알았지?"
큭.... 그러게 말이다.
나도 내가 아빠의 엉덩이를 이렇게 많이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매일 운동으로 다져진 뒤태미남 아빠였는데,
살이 쪽 빠져 뼈만 남은 뒷모습을 보니 미안함에 마음 한구석이 시큰거린다.
잠시 누워 생각해 보니.. 아빠가 아프기 시작하면서 자주 변비가 생겼던 것 같다.
화장실을 나오면서 짓는 시원찮은 표정이 영 답답해 보였다.
원래 변비가 없으셨는데... 참 이상한 일이라도 생각했다.
문득 회사 동료가 해주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저희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직전에 나타났던 증상이 변비였어요."
설마... 덜컥 겁이 났다. 아뿔싸-
아빠는 입원했을 시점부터 한 달 반 정도 변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병원에서는 난리가 났다.
매일 음식 섭취량과 소변 & 대변의 양을 기록지에 적어내야 했는데...
아침, 저녁으로 담당간호사분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어보셨다.
"오늘도 대변 못 보셨나요?"
담당 주치의도 온갖 소화제와 변비약을 처방하기 시작했고..
결국 관장을 하고, 물리적으로 빼내기도 했다.
주치의가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말하였다.
"엑스레이 상으로는 배 안에 가득 차 있는데, 너무 걱정스럽네요."
매일 그렇게 내 속도 답답하고. 아빠 속도 답답했던 날들을 보내던 중....
아빠의 폐렴이 조금씩 호전되고, 재활을 시작하게 되면서 걱정했던 변비는 조금씩 나아졌다.
항생제를 쏟아부어서인지, 맞는 유동식을 찾게 되어서인지..... 변비는 나아졌는데...
문제는 이게 설사로 바뀌기 시작하면서 나는 무한 기저귀 갈기를 해야만 하는 처지가 되었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다. 그렇게 걱정스럽다가도 몸이 힘들어지니 또 죽을 맛이다.
하루에도 수차례 기저귀를 갈아야만 했는데..
가뜩이나 기저귀 가는 것도 서툰데 요령까지 없으니...... 총체적 난국이었다.
엄마라도 있었으면 같이 어떻게 해볼 수 있었을 텐데...
코로나 시기라 보호자는 1명밖에 있을 수가 없었고.. 혼자서 어떻게든 처리해야만 했다.
담당 간호사분도 너무 바빠 보호자가 알아서 해야 한다며 도움을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도 그렇게 하루... 이틀.... 견디다 보니,
이것도 점점 요령이 생기기 시작하더라.
시간이 지나면서 기저귀 가는 실력도 제법 늘어갔다.
계속하다 보니 되긴 되네....
참.. 살면서 별의별 경험을 해보게 되는구나...
그래도 아빠가 빨리 낫는다면야.
이까지 꺼.
2024.11.13 - [아프지마요] - 아빠, 잘 먹어야.. 아니 잘 소화시켜야 돼! (경관식 피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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