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부모님은 나훈아 선생님을 참 좋아하셨다.
은근히 흥부자인 부모님은 노래방에 가면 나훈아 선생님의 노래를 열창하곤 하였다.
트로트 열풍이 불던 코로나 시기에도 많은 가수분들이 나훈아 선생님의 노래를 열창할 때마다..
저 수많은 곡을 어떻게 다 만들어 냈을까 놀라워하시면서...
그만의 남다른 감수성과 서정적인 가사, 아직도 녹슬지 않은 가창력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다며,
늘 변함없이 나훈아 선생님을 좋아하셨다.
몇 년 전에 우연히 나훈아 선생님이 콘서트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으로 예매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나는 내가 이런 쪽으로는 전혀 소질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처음으로 도전한 콘서트 예매에 운이 좋게 성공했고, 부모님은 들뜬 마음으로 콘서트장에 가셔서
너무 행복해하셨던 모습을 본 기억이 있다. 당시 난 부모님의 반응이 궁금하기도 했고..
나도 콘서트가 궁금하여 두 분 자리보다는 한참 뒤에 조금 저렴한 좌석을 예매하여 공연을 함께 관람하게 되었는데....
콘서트장을 나올 땐 나 또한 그분만의 특별한 매력에 푹 빠지고야 말았다.
그 이후 매년 나훈아 선생님의 서울 공연이 있을 때마다 예매에 도전하였고, 운이 좋게 계속 티켓팅에 성공하였다.
하물며 코로나 시기에 지상파 방송에서 진행했던 사전 녹화 관람 티켓까지도 당첨되었다는... ㅋㅋ
(의외로 이쪽 방면에 소질이 있었던 건지... 참 운이 좋았다.)
사전 녹화 관람 때에는 부모님이 혹여라도 카메라에 잡힐 수 있다며, 상의만 예쁜 옷을 입고 화장을 하고 앉아
집이 떠나가라 노래를 따라 부르고 응원을 하셨던 추억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그런데 올 초에 슬픈 소식이 들려왔다.
나훈아 선생님이 은퇴를 하신다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갑작스러운 슬픈 소식.
서울러 공지된 콘서트 일정을 확인해 보니 상반기엔 서울 공연은 없었고,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 인천이었기에 예매를 도전하였고 예매에 성공했다.
아빠가 아프지 않았으면 엄마와 함께 즐겁게 관람하셨을 텐데...
엄마에게 마지막 공연이고 이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꼭 다녀오라고 티켓을 선물로 드렸다.
오랜 간병으로 우울해있을 엄마에게 내가 줄 수 있는 작은 선물이자, 엄마를 위로할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이었다.
그렇게 콘서트는 더 이상 없는 줄 알았는데... 이번에 하반기 콘서트 일정이 발표되었다.
아... 하반기까지 공연을 하시는구나!
서둘러 일정을 확인해 보니 서울 공연은 추후에 공지된다는 안내를 보고 한참 기다리다가..
얼마 전 서울 공연 일정 소식이 들려 예매일인 10월 29일 예매시간 10분 전에 알람을 맞춰 두었다.
대망의 10월 29일.
알람소리가 들려 확인해 보니.. 잠시 잊고 있었던 콘서트 예매 알람 문구가 떴다.
화들짝 놀라 서둘러 예매를 준비하였다.
느릿느릿한 휴대폰으로 예매사이트에 접속하고 로그인을 하고 10시가 되길 기다렸다. 두근두근..
저 멀리 들려오는 라디오에서 10시를 알리는 소리가 땡 하는 순간 예매 버튼을 꾹 눌렀다.
한참 멈춘 듯 버벅거리더니 접속 대기인원이 뜨는데 4천 명 정도가 뜬다. 헐...
일단 기다렸다. 마음이 초조하다.
5명, 7명 정도씩 느리게 대기 인원수가 줄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5분 정도가 지났을까... 드디어 접속이 되었고!!
내가 원하는 일정과 구역으로 서둘러 클릭하였다. 군데군데 좌석이 보였다.
서둘러 덜덜 떨리는 손가락으로 연속 4자리를 다다다다 선택하고, 다음을 누르자마자 결제창이 떴다.
아!!! 예매가 됐다.
이번에도 운이 좋게 어렵지 않게 성공할 수 있었다. 진짜 마지막 콘서트겠구나.
평생 좋아해 온 존재가 떠난다고 할 때 드는 기분은 어떨까...
아직 엄마에게는 콘서트 예매 사실을 말씀드리지 않았다. 늘 그랬던 것처럼 깜짝 선물로 주고 싶어서....
이미 인천에서 봤던 터라 같은 공연일 테니 예매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돈 들이지 말라고...)
나는 또 말 안 듣고 덜컥 예매를 해버렸다.
이번엔 누구랑 가시라고 해야 하나.. 4장이나 예매해 버려서 엄마 친구분들이랑 가시라고 할까...
일부 취소를 해야 하나 약간 고민에 빠졌다.
뭐 어쨌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마지막 콘서트를 잘 즐기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아빠가 못 가서 아쉽지만, 아빠와 병원을 가거나 산책 갈 때마다 차에 타 있는 동안
나훈아 선생님의 노래를 자주 틀어드린다. 잠시라도 옛 추억이 생각나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콘서트장에서 나훈아 선생님께서 관객들에게 아프지 말라고 해주셨던 말이 떠오른다.
미친 듯이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고 즐겁게 지내라고...
아빠도 힘내서 얼른 기운 차리셨으면 좋겠다.
나훈아 선생님.
오랜 시간 동안 좋은 노래 많이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웃고 울고 행복한 추억이 많이 쌓였어요.
그 추억을 안고 힘내서 또 열심히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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