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창과의 전쟁이다.
말로만 듣던 욕창이 아빠에게도 생기고 말았다.
첫 욕창은 중환자실에 있을 때 생겼던 것 같다.
일반병실로 옮겨지고 나서 간병 초보인 나는 아빠 얼굴을 열심히 물수건으로 닦고 있는데..
목 뒤 부분을 닦아주려고 아빠 머리를 잠깐 안아 든 순간, 머리카락이 덩어리째 우수수 떨어졌다.
두피와 함께 머리카락이 덩어리째로 빠진 걸 보고 너무 충격받아서 수간호사님께 달려가 여쭤봤다.
"선생님. 머리카락이 이렇게 떨어졌는데 이게 뭔가요?"
"어머... 눌려서 그런가 보네."
수간호사 선생님은 대수롭지 않은 듯 뭔가를 대주라고만 하시고는 가셨다.
아무래도 너무 이상했다.
머리카락이 탈락한 부위를 만져 보았더니 물컹물컹하다.
'이거 예감이 안 좋은데...'
그날 오후 기저귀를 교체하려고 아빠 몸을 뒤집었는데 엉덩이에 하얀 상처가 보였다.
마침 담당간호사분이 오셔서 여쭤보니 욕창까지는 아닌데 많이 까진 것 같다고 했다.
간단하게 드레싱을 해놓고 지켜보기로 했다.
며칠이 지나도 엉덩이 상처는 조금씩 커져 갔고, 두피 부분도 심상치 않았다.
나는 계속 담당간호사분께 어떻게 케어해야 하는지 물어봤다.
담당간호사분은 '욕창 선생님'을 불러주시겠다고 하셨다.
(입원했던 병원에서는 욕창 선생님이라 불릴 우는 욕창 관리 전문 간호사분이 계셨다.
병원 내에서 욕창 환자분들 드레싱을 해주시는 분이었고, 나중에 여쭤보니 중환자실에서 오래 근무하셨다고 한다.)
욕창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전문 간호사분은 바로 오시지는 못했고 며칠이 지나서야 아빠의 상태를 확인하러 와주셨다.
"욕창이 맞네요. 체위 변경 잘해주셔야 하고, 드레싱 매일 한 번씩 해주시면 됩니다."
헐.... 욕창이라니... 그 말로만 듣던 욕창이라니.................!!!!!!!!!
아빠가 너무 안쓰러웠다.
얼른 정신을 차리고, 병원 내에 있는 의료기상사로 뛰어갔다.
"욕창 자세 변경 관련된 용품 좀 주세요."
좀 더 알아보고 구매했으면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제품을 구매할 수도 있었겠지만.. 당장 급했다.
이것저것 권해주시는 걸 구매했다.
세모난 쿠션 같은 게 8만 원, 조금 작은 건 5만 원 등등.... 꽤 비쌌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노인장기요양등급을 받으면 지원을 받아 아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얼른 구매한 제품을 가지고 병실에 와서 비쩍 마른 아빠의 몸 여기저기에 쿠션을 쑤셔 박았다.
특히 머리의 욕창은 해당 부위가 더 이상 눌리지 않도록 도넛 쿠션을 이용해 뻥 뚫린 공간에 떠 있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엉덩이 욕창은 하루에 한 번씩 드레싱을 하고, 기저귀를 자주 교체하면서 자세 변경에 힘썼다.
입원기간 동안 아빠의 욕창을 많이 좋아졌다.
엉덩이 욕창은 거의 아물었는데, 머리 두피에 생긴 욕창 자리에는 머리카락이 다 빠져..
5백 원짜리 동전만 한 크기의 빵꾸가 났다.
욕창 선생님께 여쭤보니 머리카락이 새로 날 수도 있고, 이대로 안 날 수도 있다고 했다. ㅠㅠ
(다행히 한 1년 정도 지나니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 지금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욕창은 오래 살이 압박되면서 생기는 상처인 만큼 잘 소독하고 안 눌리게 하는 것이 빠르게 회복되는 방법이었다.
2~3시간에 한 번씩 자세 변경을 하고 스트레칭을 시켜주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어린아이 돌보듯 하루종일 매달려 정성스럽게 돌봐야만 조금씩 나아지는 병.
조금이라도 귀찮음에 방심하면 순식간에 나빠지는 병.
그것이 욕창이었다.
오래 누워 있다 보니 살이 많이 빠지고 뼈만 남은 곳이 자꾸 눌려 벌겋게 변한다.
눌려있는 시간이 지속된다면 또 욕창이 될 수 있는 위험 부위가 된다.
힘들게 휠체어에 앉혀 놓으면 팔과 다리가 붉고 차갑게 변한다.
아마 이것도 장시간 누워있던 시간이 길어 혈액순환이 안된 탓인 것 같다.
틈나는 대로 여기저기 주무른다.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건지 느끼게 된다.
평범했던 일상생활이 참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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