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응급실에서 위급한 상황을 겨우 넘기고,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진단명은 흡인성 폐렴.
의사 선생님께 무슨 병이 이렇게 갑자기 무섭게 오냐고 했더니, 원래 이 병이 그렇단다.
기존에 앓고 있는 질환 때문에 합병증으로 더 자주 올 수 있는 병이라고 한다.
몇 개월 전부터 아빠는 음식을 먹을 때 자꾸 사레에 들려 음식물이 코로 튀어나올 정도로 기침이 심했고,
몸에 기운이 없어 식사를 하자마자 눕기 일쑤였다.
이런 증상 때문에 십여 년 다니던 동네 내과에 방문하여 진료를 보았는데, 늘 같은 기침약만 지어 주셨다.
만약, 그 흔한 엑스레이라도 한번 찍어 봤었다면 더 일찍 알아차렸을 텐데...
의사 선생님이 원망스러웠다. 아빠를 그렇게 자주 보셨으면서 왜 아무 말씀을 안 하셨을까.
하지만 결국 내 탓이다. 내가 더 아빠를 잘 지켜보고, 알아봤어야 했다.
살면서 내 평생 가족이 입원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아빠가 처음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 상황이 너무 낯설고 무서웠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나에게는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매일 퇴근길에 병원 중환자실에 들렀다.
코로나 시기이기도 하고, 중환자실이어서 면회는 할 수 없었지만..
아빠에게 나 왔다고... 나 병원에 와 있으니깐 무서워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중환자실 전광판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아빠의 이름이 눈에 보이자 조금 안심이 된다.
아빠는 저기에 잘 있구나... 많이 보고 싶다.
떨리는 마음으로 중환자실 호출 벨을 누른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네. 안녕하세요. 저는 ooo 씨의 보호자입니다. 아빠의 상태가 궁금해서 왔습니다."
"잠시만요."
몇 분이 지나고 간호사 한 분이 나와 주셨다.
"아빠의 상태가 어떠신가요?"
"인공호흡기 유지하며 잘 계시고요. 가래가 너무 많네요."
"석션을 자주 하고는 있는데, 너무너무 많아요."
......................................................
............................................
바쁘신 간호사 선생님을 붙들고 있을 수만은 없어 짧게 여쭤보고 잘 부탁드린다고 인사를 드렸다.
아빠를 볼 수도 없는데.. 차마 발길이 안 떨어진다.
저 멀리 눈에 보이는 긴 의자에 자리를 옮겨 앉았다.
잠시 눈을 감고 아빠 생각을 해본다.
'아빠, 나 여기 문 앞에 와 있어.'
'잘 버티고 있는 거지? 힘내야 돼. 알았지?'
'내일 또 올게. 많이 많이 사랑해요.'
하고 싶은 말을 마음속으로 외쳐본다.
나는 아빠가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던 기간 내내 밤마다 아빠를 만나러 갔다.
그때 알았다. 아빠가 나의 마음속 큰 사람이었다는 거.
'제발 이렇게 빨리 떠나지 마. 보고 싶어.'
2024.11.07 - [아프지마요] - 2022년 6월 12일, 아빠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아프지마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인생 첫 간병 도전기. (지긋지긋한 가래 석션) (22) | 2024.11.11 |
---|---|
다시는 절대 그곳에 보내지 않을게. (요양병원에 대한 쓰라린 기억) (6) | 2024.11.10 |
아빠의 빈자리 그리고 뒤늦은 후회. (4) | 2024.11.09 |
2022년 6월 12일, 아빠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8) | 2024.11.07 |
지독한 간병 생활의 시작. (0) | 2024.1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