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를 중환자실에 보내 놓고.. 며칠 동안 밤새 뜬눈으로 지새웠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음에 무기력함을 느꼈고..
그저 언제 연락올지 모르는 휴대전화를 붙잡고,
아빠가 없는 방안에서 새벽 내내 흐느끼는 엄마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막연한 공포감에 휩싸여 덜덜 떨고 있었다.
'아빠가 잘 버티고 있을까...'
'갑자기 아빠가 이렇게 떠나면 어떡하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면서 상실감에 푹 젖은 채 얼굴은 금방 눈물로 범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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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 너무나 후회스러웠던 순간들이 스쳐 지나간다.
최근 몇년 전부터 오랫동안 앓아왔던 당뇨의 합병증과 많은 스트레스로..
아빠 몸상태는 급격하게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은 아빠의 이상함을 일찍 눈치채고 있었다는데.. 매년 건강검진을 꼭 해왔었고,
이상함을 조금씩 인지하게 되었을 때에도 우리나라 제일 큰 유명한 대학병원에 가서
1박 2일 동안 병원에서 숙박을 하며 온몸의 구석구석 정밀검사를 하였는데도 이상 소견이 없었기에
병원의 검진 결과만을 믿고... 우리 아빠는 괜찮다고 말하면서.. 마음속으로도 그렇게 굳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내 바람과는 달리 점점 아빠는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고,
가끔씩 온 몸이 찌릿함을 느낀다고 했고, 체중도 점점 빠지고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푹신한 이불을 깔아도 허리가 아파서 못 누워 있겠다.. 심장이 벌렁벌렁 뛴다 등
매일 같이 새로운 증상들이 생기며 아빠는 괴로워했고, 짜증이 늘기 시작했다.
우리 아빠는 워낙 순댕이 중의 순댕이였는데 그렇게 변해가는 모습이 많이 낯설었고,
처음에는 중년의 갱년기 또는 우울증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달라지기는 커녕 더 악화되는 아빠를 보고..
그제야 아빠가 이상해지고 있다.. 뭔가 문제가 생겼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온갖 좋은 음식들을 사다 먹이고, 한의원도 모시고 가서 좋은 한약도 지어 먹이고,
각종 유명 대학병원 진료를 예약하여 여기저기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대학병원 예약을 처음 해보았는데.. 세상에나.... 유명한 교수님은 1년 반을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당장 아파서 쓰러질 것 같은데.. 진료 기다리다가 죽겠다 싶어...
대기를 걸어놓을 수 있는 병원에 대기를 걸어놓고, 가장 빨리 진료를 볼 수 있는 곳으로 먼저 가자 생각했다.
3개월쯤 뒤에 한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이 때 당시에만 해도 나는 장롱면허였고, 아빠도 거동이 가능했던 상황이었기에..
집에서 1시간 반이 넘는 거리를 아빠와 지하철을 타고 병원에 힘들게 방문하였다.
처음 방문한 낯선 병원을 긴장한 상태로 여기저기 살피며.. 서둘러 접수를 하고, 해당 진료과로 앞으로 갔다.
해당 진료과 앞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로 꽉 차 있었다.
특히 휠체어를 타신 환자분들이 많았는데.. 아빠도 몇 년 후에 저렇게 거동이 어려워지시려나... 덜컥 겁이 났다.
예약시간이 있었지만 많이 지연되어 한참을 기다리고 나서야.. 아빠의 진료 차례가 되었고,
담당 교수님을 만나 그동안의 이상 증상들을 말씀드렸다.
(너무 많은 증상들이 있었기에 잊어버릴까봐 A4용지에 적어 보여드렸다.)
2~3분 되는 짧은 진료시간동안 교수님께서는 이것저것 물어보시더니,
일단 검사를 해보자고 하시며.. 우선 바로 복용해야 할 약을 이것저것 산더미처럼 처방해 주셨다.
짧은 진료가 끝나고.. 아빠의 얼굴을 보니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지쳐있는 아빠에게 지하 식당가로 가서 밥 먹고 가자고 했더니 아빠가 힘겹게 일어난다.
세상에 모든 아픈 사람들이 다 여기 모인 건가 싶을 정도로 병원 안에는 너무 사람이 많고 복잡하였다.
아빠를 겨우 부축하여 식당에 가서 허기진 배를 채워본다.
식사를 마치고 처방받은 약을 지어야 하는데, 지도를 검색해 보니 약국이 너무너무 멀었다.
'이래서 대학병원 한번 오면 하루가 다 간다고 하는구나....'
집 근처 약국에 가면 해당 약이 없을 수도 있고, 이 때는 팩스로 처방전을 보낼 요령도 모르던 시절이었기에..
또 지칠 대로 지친 아빠를 이끌고 약국으로 가서 어렵게 약을 지었다.
이젠 집에 가야 하는데... 병원에서 지하철까지는 또 왜 이렇게 거리가 먼지.... ㅠㅠ
아빠에게 힘내자고 하며 열심히 부축해서 겨우 지하철을 타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이 날 이후로 병원에 갈 때에는 프리미엄 블랙 택시를 이용하였고, 나는 운전을 배우기 시작했다.)
아빠는 많이 고단하고 힘들었는지 집에 와서 거의 쓰러지다시피 드러누웠다.
그리고 그날 밤도 밤새 끙끙대며 아파했다.
나는 많이 울었다. 그렇게 건강하던 아빠가 갑자기 이렇게 약해져 가는 게 너무 서글펐다.
운전을 미리 좀 배워 놓을 걸... 미루기만 한 나 자신이 너무 미웠다.
'오늘 하루 너무 고생했어. 아빠. 내가 계속 함께 할 테니 우리 힘내보자.'
어쩐지 마음 한구석이 계속 아려온다. 이게 슬픔의 시작이었던가....
이때는 몰랐다.
처방받은 이 약이 그렇게 큰 부작용을 일으키고, 아빠를 걷지 못하게 몸을 망가뜨릴 줄은..........
2024.11.08 - [아프지마요] - 중환자실 앞에서.. (너무 무서운 흡인성 폐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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