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일반인은 배가 고프면 언제 어디서든 맛있는 음식을 입으로 섭취할 수 있지만,
연하장애가 있는 아빠는 입으로 음식을 섭취할 경우 흡인될 가능성이 높아..
현재는 뱃줄(위루관, PEG)을 통해 경관식 피딩 중이다.
천천히 적당한 온도로 소화기에 주입해야 하는 경관식 피딩은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크게 받는다.
아빠는 질환에 따라 병원을 여러 곳으로 나누어 다니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중증 와상환자를 모시고 병원을 다니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처음에는 다녀야 하는 진료과를 한 곳의 병원으로 몰아 편하게 다니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그러기가 쉽지 않았다.
예를 들면 욕창의 경우엔 성형외과 진료를 받아야 하는데, 집에서 가까운 병원의 성형외과는 욕창에 큰 관심이 없으셨다.
그래서 빠른 치료를 위해 전문적으로 욕창 진료를 보시는 병원을 방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호흡곤란이 오거나 고열이 나면 바로 조치가 가능해야 했기에 이와 관련된 질환은 집에서 가까운 병원에서 진료를 본다.
재활도 마찬가지로 자주 주기적으로 왔다 갔다 해야 하기에 가까운 병원에서 진료를 보고 있고,
치과의 경우 중증 와상환자가 안전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으로,
일반 병원에서 진료 보기 힘든 질환은 처음에 확진받았던 상급종합병원의 진료를 보고 있다.
되도록 집과 가까운 병원을 주로 이용하고 있지만,
이렇게 나름의 기준으로 방문 빈도, 질환 및 대처 시간 등에 따라 병원을 나누어 다니고 있다.
무엇보다 아빠의 질환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임해 주시는 의료진이 있는 병원을 선택하게 되는 것 같다.
병원 진료는 웬만하면 아빠를 모시고 가서 대면 진료를 보려고 노력한다.
중증 와상환자를 모시고 병원에 가는 것은 참 힘든 일이지만,
의료진이 직접 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아빠의 컨디션에 이상이 없는 경우 무조건 함께 병원에 간다.
아빠가 다니는 병원은 가까운 곳은 왕복 1시간, 먼 곳은 2~3시간 정도 이동시간이 걸린다.
자차를 이용하여 이동하는데 이동시간 및 병원 진료 대기시간, 약 수령시간 등을 합하면 꽤 오랜 시간을 밖에 있어야 한다.
나는 배가 고프면 바로 입으로 간단하게 먹으면 그만이지만, 아빠는 그게 쉽지가 않아 혹시나 쓰러질까 늘 걱정이 됐다.
그래서 병원에 가기 전엔 시간을 계산하여 아빠가 허기지지 않도록 계획을 세운다.
급할 경우 휠체어에 수액 폴대를 설치하여 경관식 피딩을 해도 되지만,
경관식 피딩 과정의 번거로움과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싫었고,
마땅한 장소를 찾기도 어려울뿐더러 병원균 등의 감염도 많이 걱정되었다.
병원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3시간 정도를 초과하지 않는다면 대부분 차 안에서 많은 걸 해결하려고 한다.
차 안에는 아빠를 위한 용품으로 가득하다.
가래 석션기부터 각종 의료 소모품과 응급약, 두툼한 담요와 옷 등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한 많은 것들이 실려 있다.
주기적으로 청소와 소독을 하고 있고, 아빠와 엄마 그리고 나 외에는 이용하지 않는다.
면역력이 떨어진 아빠가 고생했던 지난 시간 동안 쌓아온 나름의 노하우와 그로 인해 생긴 습관들이다.
병원 대기시간이 길어지거나, 집에 오는 길의 정체가 예상되면..
아빠의 식사시간을 고려하여 차 안에서 가래 석션을 하고 경관식 피딩을 한다.
처음 차 안에서 경관식 피딩을 할 때 어디에 고정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다.
현재 자주 이용하는 방법은 바로 'S자 고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차문 쪽 상단에 손잡이가 있는데, 거기에 'S자 고리'를 걸고 경관식 피딩을 시도해 보니 가능했다.
화장실에서 손을 깨끗하게 씻고 와서 손소독제로 다시 한번 싹 소독 후 멸균 장갑을 낀다.
따뜻하게 데워진 영양액 제품과 피딩줄 세트를 연결하고 'S자 고리'를 이용해 차 손잡이에 걸고,
아빠의 뱃줄에 피딩줄을 연결하여 천천히 피딩을 시작한다.
의자의 등받이를 적절하게 조정하여 흡인이 되지 않도록 하고, 베개와 담요로 아빠가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한다.
가끔은 병원에 머무르는 시간이 아주 길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사전에 미리 TPN 영양수액 주사를 처방받아 두기도 한다.
용량이 적은 수액은 천천히 맞아도 2~3시간 정도면 충분했기에..
병원에서 대기하는 시간 동안 주사실에서 잠시나마 누워 휴식을 취하며 영양 공급을 할 수 있어 도움이 되었다.
너무 오랜 시간 휠체어에 앉아 있으면 혈액순환이 되지 않아 손발이 금방 차가워졌고,
때론 저혈압 증상이 나타나 아빠가 어지러워하기도 했기 때문에 필요한 방법이었다.
번거로울 수 있는 과정이지만, 영양이 부족하고 면역력이 떨어진 아빠를 위해 늘 고민하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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