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기간 동안 매일 똑같은 일과가 반복되고, 현실에 대한 뒤늦은 후회.. 그리고 미래에 대한 막막함에 한숨만 늘어갔다.
얼떨결에 응급 상태로 입원했기 때문에 아무런 계획과 각오도 없이 그저 하루하루 버티는 중이었다.
아빠를 요양병원에 보냈던 일이 내 마음속 큰 죄가 되었고, 또 아무런 준비 없이 허망하게 아빠를 보내게 될까 봐 겁이 나
후회 없이 아빠 옆에서 함께 하겠노라고 뛰어든 간병이었다.
병원에 와서 치료받으면 금방 나아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길어지는 입원기간 동안 아빠는 더 야위어 갔고...
나도 점점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늘 건강하고 단단한 아빠라고 생각했는데, 아빠가 많이 약해졌구나.... 참 서글퍼졌다.
왜 건강했을 때 더 잘하지 못했을까.. 매일 반복되는 후회와 죄책감으로 눈물을 흘린다.
교수님 회진 때에도 하시는 말씀은 항상 비슷했고,
아빠도 응급상황은 면했지만 온갖 줄에 칭칭 감겨 그저 매일 누워만 있는 신세였다.
눈도 좀 뜨고 말도 하면 좋으련만.. 왜 이렇게 잠만 자는지 모르겠다.
'돌아가실 때면 잠만 주무신다던데...'
갑자기 어른들의 말씀들이 떠올라 겁이 나서 아빠가 숨을 쉬고 있는지 입가에 귀를 대본다.
다행히 쌔근쌔근 어린아이처럼 잘 주무신다.
'휴.....................'
매일 초조함과 조바심에 늘 내 심장은 두근거린다.
하루아침에 나의 세상이 바뀌어버렸다.
그리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 자신이 너무 무기력하고 원망스러웠다.
사는 동안 내가 죄를 많이 지었나 보다.
할 수만 있다면 내 남은 인생의 반을 아빠에게 주고 싶다.
그리고 함께 행복한 시간을 더 많이 보내고 싶다.
아빠의 숨소리와 기계소리만 들리는 새벽녘.. 먹먹한 마음으로 나의 삶을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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