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어느 날 갑자기 흡인성 폐렴에 걸려 죽다 살아났다.
말로만 들었던 폐렴이 그렇게 무서운 질병인지 몰랐다.
연하장애가 생겨 입으로 음식물을 섭취할 경우 다시 흡인이 되어 폐렴이 재발할 확률이 높아
중환자실에 입원할 때부터 콧줄(비위관, L-tube)를 끼게 되었다.
콧줄을 끼고 있는 동안에는 이벤트가 늘 끊이지 않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뺐다 꼈다 해야 했고, 환자가 느끼는 고통도 어마무시했다.
(목 안에 긴 줄이 계속 꼽혀 있는 상태로 거친 호흡을 할 때마다 느껴지는 그 이물감과 통증은 감히 상상하기도 어렵다.)
연하재활을 위해 방문했던 병원에서 교수님의 적극 추천으로 콧줄을 끼운 지 1년 2개월 만에 뱃줄(위루관, PEG)로 교체를 결정했다. 뱃줄로 교체한 이후부터는 아빠도 편안해했고, 다행히 아직까지는 큰 부작용 없이 잘 지내고 있다.
처음 콧줄을 하게 되었을 때 대롱대롱 매달린 콧줄을 어떻게 고정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콧줄을 끼우고 나면 일단 코에 L자 모양의 살색 테이프로 고정시켜 준다.
그런데 하루만 지나도 테이프가 잘 떨어져 제 위치에 잘 고정되어 있는지 항상 주의 깊게 관찰을 해주어야 했다.
단단하게 고정시키려고 테이프를 덧붙였는데, 그 때문에 아빠 코는 매일 빨개졌다.
코 밖으로 나와있는 긴 줄은 축 늘어져 어떻게 고정해야 할지 콧줄을 하신 주변 환자분들을 보았는데,
옷핀으로 고정하시기도 하고, 목 뒤나 이마에 고정시키는 것을 보았다.
그 방법들을 따라 해보기도 하였으나..
옷핀으로 고정하자니 뾰족한 바늘이 신경 쓰였고, 목 뒤로 고정시켜 보자니 자꾸 떨어져 콧줄이 뽑힐까 봐 두려웠다.
이마에 고정시키기 위해 헤어밴드를 이용해보기도 하였으나, 외모가 영 말이 아니다.
콧줄을 하고 있으면 환자를 바라보는 일반인의 시선이 참 불편하게 느껴진다.
보호자인 나도 이렇게나 신경 쓰이는데, 아빠는 오죽 창피하고 위축될까 싶었다.
최종적으로 선택한 방법은 피부에 자극이 최대한 덜한 살색 제품의 테이프를 구입해
머리띠 모양으로 둘러 귀 옆에 붙여 놓았다.
외출할 경우에는 모자와 마스크를 쓰면 티가 많이 나지 않았고, 아빠도 창피해하지 않았다.
뱃줄로 교체하고 나서는 확실히 줄이 보이지 않아 좋았다.
무엇보다 콧줄로 인한 목 안의 이물감과 자극이 줄어 아빠가 편해했고, 테이프로 인한 피부 자극에 대한 걱정도 덜었다.
뱃줄 고정은 보통 복대를 많이 이용하기도 하는데..
뼈 밖에 남지 않은 아빠의 몸에 잘 맞는 사이즈의 복대를 찾기 힘들었고, 압박 때문에 장시간 착용하면 많이 답답하고
더운 날씨에는 땀범벅이 될 것 같았다. 콧줄보다 사이즈도 더 크고 무게감이 있는 뱃줄을 테이프로 붙이자니 접착력도
떨어지고, 무엇보다 아빠의 살이 너무 연약해 테이프를 붙인 자리엔 어김없이 물집이 잡혔기에 좋은 방법은 아니었다.
고민 끝에 정착한 방법은 바로 릴 홀더 제품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셔츠에 달려있는 왼쪽 주머니를 이용하거나, 옷깃 어느 부분이든 살짝 꽂아 고정하는 방법이다.
환자복을 입고 있을 때에도 옷깃에 고정이 잘 되었고, 일상복을 입을 때에도 안쪽 속옷 런닝에 고정하면 감쪽같았다.
압박과 통증이 없어 아빠도 전혀 힘들어하지 않았다.
연하검사를 통과해서 입으로 식사를 할 수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바로 식사를 할 수 없어 콧줄이나 뱃줄을 피할 수 없었기에...
아빠가 불편하거나 아프지 않도록 계속 고민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영양분이 아빠에게 잘 흡수되어 살도 좀 찌고 체력도 늘어 하루빨리 입으로 맛있게 식사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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