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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마요

지금은 너무나 후회 중인 '충성스러웠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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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 일을 끝마치고 나오니 눈이 참 많이 내렸다.
새벽녘 일을 끝마치고 나오니 눈이 참 많이 내렸다.

 

 

 


 

 

후회한다.

쓸데없이 성실하고 충성스러웠던 지난날을 너무나 후회하고 있다.

 

 

졸업과 동시에 나는 바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아빠의 성실함을 그대로 물려받은 나는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다.

성실함과 부지런함을 인정받아 직장에서는 늘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야근과 주말 출근은 기본, 새벽에 퇴근하는 날이 빈번해도 열심히 일했다.

큰돈을 버는 것도 아니었지만, 정말 모든 걸 바쳐 직장에 충성했다.

덕분에 다른 사람보다 승진도 빨랐다.

 

 

아빠는 이런 나를 자랑스러워하셨다.

어딜 가시든 자식 자랑이 끝도 없었다.

나에겐 티를 내시지 않으셨지만, 남들 앞에선 자식 밖에 모르는 바보였다.

 

 

나는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점점 일에만 몰두하고 미쳐갔다.

개인 삶보다는 그저 타인을 위한 일에 시간을 더 쏟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아무 의미도 없는 것들인데..

지나고 나니 다 내 인생에서 필요 없던 것들인데...

난 참 바보같이 살았다.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만 것이다.

 

 

그 시간 동안 아빠와 더 많은 걸 함께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일주일에 7시간 밖에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나는 내 몸을 혹사시켰다.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죽을 것 같아도 버텼다.

주위 동료들은 하나둘씩 나가떨어지는데... 이를 악물고 버티고 버텼다.

결국 남은 건 병든 몸뚱이뿐인데..

 

 

그러던 중 갑작스러운 아빠의 간병 문제로 직장생활 17년 만에 처음 휴직을 냈다.

가족돌봄 휴직 기간은 딱 90일.. 무급휴직이다.

부재로 인한 미안한 마음에 무급휴직임에도 병원에서 틈틈이 일을 했다.

때론 연차임에도 반나절은 출근해서 일을 했다.

회사에서는 그런 걸 원했다.

 

 

내가 휴직으로 부재했던 시기,

나의 상위자의 실수로 업무에 문제가 생겼다.

그런데 회사는 오히려 휴직자였던 나에게 나무란다.  그리고 나에게 욕을 한다.

 

"씨O...."

 

 

 

회사 업무에 미쳐 열심히 실적을 냈을 땐 모든 걸 배려해 줄 것처럼 하더니,

막상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땐 나는 쉽게 버려졌다.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데 뭘 위해 내가 그렇게 살았을까...

정말 중요한 걸 왜 놓쳤을까....

 

 

한참 욕을 먹고 펑펑 울면서 퉁퉁 부은 눈으로 집에 오니,

아빠가 나를 말없이 바라본다.

 

"아빠... 나 오늘 회사에서 너무 힘들었어.  하루종일 집에서 잘 있었어?"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는데.. 아빠는 갑자기 손을 뻗어 내 등을 토닥토닥 쓰다듬어 준다.

그 순간 나는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아빠...... 너무 힘들어.... 내가 잘못 살았나 봐.......... (엉엉)"

 

 

 

그렇게 아빠는 한참 동안 내 등을 토닥거려 주었다.

평소 큰 반응이 없던 아빠이기에 그런 아빠의 행동이 참 신기했다.

본능적으로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 나타난 걸까...

 

 

 

 

너무나 후회했다.

진작에 모든 걸 그만두고, 내 인생에 도움이 될만한 걸 더 빨리 시작할걸.

아빠와.... 가족과 함께 더 시간을 보낼걸.....

미치게 남들에게 충성스럽게만 살았던 기나긴 지난 시간을 아주 많이 후회했다.

 

 

세상에 정답은 없는데..

두려웠을지라도 새로운 세상도 많았는데....

좀 더 일찍 깨닫지 못한 나 자신이 너무 미웠다.

일과 간병으로 몸은 상하고, 갑작스레 닥친 모든 상황에 준비된 것은 아무것도 없고..

내 인생이.. 나의 모든 것이 모두 멈춰버린 느낌이다.

 

 

 

'이젠 더 이상 바보같이 살지 않을래.

아빠와의 남은 시간에 더 집중하며, 이젠 나를 위해.. 나답게 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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