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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마요

얼렁뚱땅 아빠의 첫 연하기능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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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줄로 인해 가래를 뽑으면 피가 났다.
콧줄로 인해 가래를 뽑으면 피가 났다.

 
 
 


 
 
연하장애로 생긴 흡인성 폐렴 때문에 아빠는 콧줄(비위관, L-tube)을 끼게 되었다.
연하란 음식물을 삼키는 것을 말하며, 이러한 유기적인 움직임에 장애가 생겨서 음식물을 삼키지 못하거나
음식물이 기도로 넘어가게 되는 것을 연하곤란이라고 한다.  연하곤란으로 인해 음식물이 기도로 넘어가게 되면
이는 기관지를 지나 폐로 들어가 폐렴을 일으키거나 기도를 막아 숨을 못 쉬게 하여 생명을 위협한다.
 
나는 하루라도 빨리 아빠가 입으로 밥을 먹었으면 했으나, 딱 보기에도 당장 입으로 식사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폐렴이 완치되지 않은 상황에서 침이 줄줄 나오고 시도 때도 없이 끓는 가래.. 도저히 입으로 뭘 넘길 수가 없을 듯했다.
그래서였을까... 의료진도 딱히 뭘 어떻게 해야 할 것 같다는 의견도 주지 않았다.
나는 궁금했다.  아빠가 이렇게 영영 식사를 못 하는 것일까.. 현재 상태는 어느 정도일까...
교수님이 오전 회진을 오셨을 때 연하기능 검사를 해보고 싶다고 요청하였다.
재활의학과에 확인하여 연하기능 검사를 해볼 수 있는지 한번 시도해 보기로 하였다.
연하장애가 있는 환자는 연하기능 검사를 통해 삼킴 기능에 대한 평가를 진행한다.
검사를 통과해야 안전하게 입으로 식사를 할 수가 있다.
 
 
 
아빠가 연하장애가 있다고 느꼈던 당시에는 코로나로 막연한 공포감에 휩싸였던 시기였다.
코로나가 두려워 면역력이 약한 아빠를 모시고 병원에 가는 게 무척 꺼려졌고, 그러다 보니 연하검사를 차일피일 미뤘다.
이후 갑자기 흡인성 폐렴에 걸리고 나서야 연하검사를 미리 해보지 못한 걸 너무나 후회했다.
하지만 어쩌랴... 이미 지난 일이다.
 
보통 병원에서 진행하는 연하기능 검사는 영상의학과 투시실에서 방사선 투시기를 이용하여 조영제가 포함된 음식물을
환자가 삼키는 동작을 들여다보는 비디오투시 검사이다.
재활의학과에서 연하기능 검사에 대한 승인이 났고, 바로 검사 일정이 잡혔다.
 
 
 
검사 당일, 검사를 위해 아빠를 괴롭히던 콧줄을 잠시 제거했다.  아빠는 한결 편안한 표정을 짓는다.
요플레처럼 생긴 것을 떠먹이며 촬영한다는 검사 내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촬영실로 들어갔다.
상급종합병원(대학병원 and 수련병원)이어서였을까....
촬영실 유리창 건너편에 젊고 어린 의료진분들이 우르르 아빠를 보려고 서있었다.
참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마치 동물원 우리 안에 있는 느낌이랄까....
약간은 경험이 부족해 보이는.. (아니 노련미가 없어 보인달까....) 아직 수련 중인 의료진이 아빠에게 요플레를 권한다.
 
"환자분. 아~~ 해보세요.  냠냠 드셔보세요."
"밥 안 먹고 싶어요?"
"안 드시면 어떡해요!!!"
 
 
.......................................................
..............................................
 
 
 
 
정해진 시간 탓인지 무척 서두르는 듯한 모습으로 검사를 시도한다.
억지로 요플레를 입으로 밀어 넣기도 하고, 의도대로 잘 따라오지 않는 아빠에게 짜증을 내는 모습도 보였다.
 
"환자분. 이러면 밥 못 먹어요!!!!!"
 
 
아빠는 이상한 약이라고 생각했는지, 억지로 밀어 넣는 요플레가 싫었는지 입을 벌리지 않는다.
요양병원에서의 끔찍한 기억도 있었고,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도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나조차도 그들이 시선이 너무나 불편했던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억지로 입을 벌려 요플레를 집어넣더니, 결국 난리가 났다.
아빠의 얼굴이 새빨개지면서 컥컥거리고 연신 기침을 해댄다.
 
"보호자분은 나가 계세요!!!!!"
 
 
 
결국 요플레는 기도로 넘어갔고, 그 때문에 석션을 하고 몸을 뒤집고 의료진들은 난리가 났다.
긴급 조치를 마치고 한 의료진이 내게 다가와 기도로 요플레가 조금 넘어가서 열이 날 수도 있으니 잘 지켜보란다.
 
'후우.................................'
 
 
 
짜증 나는 상황에 긴 한숨이 나왔다.
병실로 돌아와서 다시 또 콧줄을 껴야 했다.
콧줄을 끼우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니다.
잔뜩 헐어있는 코 안으로 콧줄 넣기를 시도하면 눈물과 콧물, 기침에 어마어마한 가래가 생성된다.
한 시간 정도 시도한 끝에 겨우 성공했다.
아빠는 눈물이 고여 글썽글썽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한쪽 콧구멍이 콧줄에 막혀 답답해했고, 지속되는 목 안 이물감에 괴로워했다.
콧줄을 제거하려면 연하기능 검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큰일이다.
언제까지 콧줄을 하게 될지 참 막막하다.
 
 
 
그날 밤 아빠는 열이 났다.
균 검사, 폐 엑스레이 촬영, 해열제 투여 등 새벽까지 정신이 없었다.
이제 또다시 항생제를 마구마구 투여하겠지...
아빠가 안쓰럽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짜증도 나고...
기운이 쭉 빠진다.
 
 
 
같은 병실 내에 입원해 계셨던 어떤 할아버지도 아빠와 같은 날 연하기능 검사를 하셨단다.
할아버지는 병실에서도 연습을 많이 하셨고, 의료진도 검사를 통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결국 검사를 통과하지 못하셨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직은 조금 미숙한 수련 중인 의료진이 급하게 시도하다 보니,
아빠처럼 많이 당황하셔서 연습 때처럼 못하셨던 것 같다.
몸도 생각도 느려진 어르신분들은 천천히 상태를 보아가며 기다려주기도 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참 아쉽다.
 
 
 
 
 
퇴원 후, 연하장애 극복을 위해 여기저기 병원을 다니면서 알게 된 사실은...
흡인성 폐렴 환자에게 요플레를 떠먹이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란 것이었다.
요플레 같은 식품은 균 증식이 쉽게 일어날 수 있어서이다.
 
 
지금은 흡인성 폐렴이 재발하지 않는 것이 제일 우선이기에 나는 너무 서두르지 않으려고 한다.
연하내시경 검사로 아빠의 상태가 어떤지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있고,
병원에서 알려준 다양한 방법으로 아빠의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언젠가 좋은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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