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당탕.... 쿵!)
"아이고....."
큰 소리에 놀라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아빠가 구석에서 고꾸라져 있었다.
벽지에는 피가 묻어있다.
큰일 났다.
말로만 듣던 낙상사고였다.
아빠가 아프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전에 없었던 이상한 증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중 한 가지는 몸의 균형 감각이 떨어졌는데..
방바닥에서 중심을 잃고 미끄러지면서 침대 끝 구석으로 고꾸라져 넘어졌다.
(그땐 미끄럼방지 양말이 있다는 것도 모르던 시절이었다.)
"아빠! 뭐야! 왜 그래!!!!!!!!!!!!!!!!!!!!"
화들짝 놀라 넘어진 아빠를 얼른 일으켜서 온몸 여기저기를 살펴본다.
그나마 뾰족한 모서리에 찍히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겼지만,
머리에 핏자국을 발견하고서 나는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
"어? 피난다. 엄마, 아빠 피나!!!!!!!!"
살펴보니 머리 쪽 뒤통수가 찢어졌다.
한눈에 봐도 살이 심하게 벌어져 있었고 병원에 가야 할 상황이었다.
아직도 그때의 날짜가 기억난다.
2022년 1월 2일.
새해를 맞이하고 다음 날이었던 일요일.
휴일이었기에 응급실 밖에 갈 곳이 없었다.
일단 놀란 아빠를 안정시키고,
고민 끝에 아빠가 다니기 시작한 상급대학병원의 응급실을 가보기로 한다.
'진료받고 있는 환자니깐 받아주겠지.....'
우선 피가 나는 아빠의 찢어진 뒤통수를 간단하게 소독하고 거즈를 붙였다.
하필 머리 부분이어서 겁이 났다.
균 감염이 되진 않을지, 내부적으로 출혈이 일어나진 않을지....
시간이 더 지체되면 안 되기에 서둘러 병원 갈 준비를 한다.
잊어버릴까 봐 신분증부터 챙겼다.
급하게 주차장으로 이동하여 차에 시동을 켜고 아빠를 안전하게 앉힌 다음 내비게이션을 찍었다.
가뜩이나 초보운전 시절이었는데, 정신은 하나도 없고.. 최대한 침착하게 운전을 했다.
응급실에 도착하니 아픈 사람이 너무 많다.
하필 코로나가 극성이었던 시절이라 쉽게 들어갈 수도 없다.
접수를 하기 위해 줄을 섰다.
"어떻게 오셨나요?"
"넘어져서 머리 부분이 찢어졌어요."
"저희 병원은 외상담당 의사가 없어서 진료할 수가 없습니다."
"네??"
아니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상급대학병원에서 치료를 할 수가 없다니..... 너무 놀랐다.
"그럼 환자 피가 이렇게 많이 나는데 어디로 가야 하나요?"
"모르겠네요. 받아주시는 병원을 직접 알아보셔야 할 것 같아요."
참 당황스러웠다.
눈앞이 캄캄해진다.
어찌해야 하나 휴대폰을 들고 고민하다가... 119에 전화해 보기로 결심했다.
"119입니다. 무슨 일이신가요?"
"저희 아빠가 넘어지셔서 머리 부분이 많이 찢어져 피가 나서 지금 oo병원에 와 있는데...
진료를 볼 수 없다고 하네요. 혹시 근처에 진료 가능한 병원을 알 수 있을까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몇 초정도 기다리니 내가 이동 가능한 지역을 물어보시고서는 문자로 몇 개의 병원을 보내주신다고 하셨다.
(119 대원분들은 진짜 너무 감사한 분들이다. ㅠㅠ)
조금 기다리니 금방 문자가 도착했다.
몇 개의 병원 중 현재의 상급대학병원에서 10분 정도 이동하면 갈 수 있는 병원이 있었다.
급히 아빠를 다시 차에 태우고 이동했다.
아빠는 먹은 것도 없이 지쳐서 허수아비 마냥 축 늘어졌다.
119가 알려준 종합병원의 응급실에 도착하니 상태를 물어보시고는 금방 접수를 해주셨다.
코로나 시기여서 보호자도 들어갈 수 없다며 일단 환자인 아빠만 들어가야 한다고 한다.
머리에서 피가 줄줄 나는 상태로 의료진에 의해 휠체어를 타고 들어가는 아빠를 보니 애처롭다.
아빠는 엄청 예민했다.
한 달 전 요양병원에서의 나쁜 기억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겨 이번에도 두려웠던 모양이다.
의료진에게 아빠가 예민하시니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불러달라고 이야기를 하고 밖에서 대기했다.
날씨가 꽤 쌀쌀했는데, 급히 나오느라 옷도 제대로 못 걸친 상태여서 너무 추웠다.
새해 첫날부터 다양한 환자가 응급실에 방문한다.
과식으로 소화가 안 되는 분, 이마가 찢어진 아기, 넘어진 어르신 등 어수선한 상황에서 응급실이 정신없이 돌아간다
한참 시간이 지나니 의료진이 보호자를 호출한다.
뛰어가니 담당 의사분이 나오셔서 설명을 해주신다.
길이가 몇 센티 정도 찢어져서 몇 바늘 꿰매야 할 것 같고, 혹시 모르니 파상풍 주사를 맞아야 할 듯하고,
CT를 찍어보니 다행히 이상은 없는 듯하며.. 평일에 외래를 보러 와야 해서 예약을 해놓겠다.... 등.
휴..... 천만다행이다.
찢어져서 꿰매야 하는 아픔은 있지만 더 큰 문제가 생긴 게 아니라서 말이다.
처치를 받고 의료진 손에 이끌려 휠체어를 타고 나온 아빠는 잔뜩 찡그리고 있었다.
꿰매고 의료용 스테이플러로 박아 놓은 탓에 느껴지는 아픔 때문일 테지.
"아빠, 보호자는 밖에서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못 들어갔어.
미안해. 이제 집에 가도 된대. 이제 집에 가자."
한참 원인 모를 병명을 찾기 위해 알아가던 과정 중에 있던 나날이었고,
아빠는 많은 검사와 요양병원 사건으로 인해 아주 많이 예민해져 있던 상황인데...
머리가 찢어진 고통까지 더해졌으니 잔뜩 화가 날만도 했다.
이것이 간병의 예고편이었을까.
새해 첫날부터 별 생각이 다 들던 하루였다.
신문기사에서 낙상사고를 조심해야 한다고 자주 봤었는데,
이렇게 체험을 하니 참 생각지 못한 순간에 큰 사고가 날 수 있음을 온몸으로 느꼈다.
정말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낙상은 누구에게나 갑자기 일어날 수 있는 사고이다.
119 대원분들 덕분에 여러 가지로 도움을 참 많이 받았다.
내가 받았던 고마운 마음을 나도 누군가에게 베풀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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