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빠가 흡인성 폐렴을 앓고 나서부터는 매일 가래와의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대한민국에서 가래로는 1등 먹을 듯하다.
하루에도 셀 수 없을 만큼 석션 카테터를 박스째로 쓰고 있다.
가래 때문에 숨이 막히고 석션으로 뽑아내는 극심한 고통을 모두 느끼고 있는 아빠도 고생,
24시간 가래가 끓을까 봐 지키고 있는 나도 못할 짓이다.
가래가 끓을 때마다 시원하게 뽑아낼 수 있으면 다행인데 흡인의 위험성 때문에 '식사 중'에는 뽑지 말라고 한다.
내과에서는 적어도 식사 후 1시간 이상, 재활의학과에서는 식사 후 30분 이상 지나고 가래를 뽑으라고 했었다.
평소 약 1시간 30분 전후로 걸리는 식사시간 및 식사 후 1시간을 피해서 가래를 뽑아야 하는데,
폐렴을 앓고 있는 와상환자는 버티기 힘든 시간이다.
원칙적으로는 식사(경관식 피딩) 중 가래를 뽑으면 안 된다.
일반사람이 손가락만 넣어도 구토를 하듯 식사 중에 카테터를 넣어 석션을 하면 구토 반응이 일어나고,
무리하게 석션을 하면 음식물 등이 모두 역류하여 폐로 흘러 들어가 다시 흡인성 폐렴이 재발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약 1시간 30분 전후로 걸리는 식사시간 동안 가래가 끓는다.
그것도 산소포화도가 훅 떨어질 정도로 그릉그릉 무지 심하게 말이다.
한 번은 이 문제로 담당 교수님과 상의한 적이 있는데..
아빠가 폐렴으로 가래가 너무 많을 때에는 식사 전에 무조건 가래 석션을 하고,
경관식 피딩을 '아주 천천히' 진행하면서,
혹시나 식사 중에 가래가 끓을 때에는 가볍게 가래 석션을 해도 된다라고 하셨다.
아빠가 폐렴이나 기관지염 등의 증상이 보이면 일단 경관식 피딩 속도를 천천히 진행했다.
피딩 속도가 빠르면 소화가 잘 안 되기도 하고 석션 시 많은 양의 음식물 등의 역류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중환자실 환자들은 하루종일 수액 맞듯이 아주 천천히 한 방울씩 주입하는 방법으로 경관식 피딩을 한다고 한다.
이를 '지속 주입(Continuous feeding)' 방법이라고 하는데,
담당 교수님께서는 아빠의 폐렴 증상이 심했을 때 이 방법을 권유하기도 하셨다.
하루종일 천천히 경관식 피딩을 하는 것이 나에게는 생각보다 더 어려운 일이어서 그렇게는 하지는 못했지만,
가래가 많을 때에는 최대한 천천히.. 아주 천천히... 피딩을 하고자 노력했다.
아빠가 식사 중에 가래가 많이 끓으면 피딩을 멈추고 가볍게 가래 석션을 하고 산소포화도가 오르는지 확인한다.
흡인의 위험성도 있지만..
산소포화도가 너무 떨어지는 게 더 위험하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또한, 가래가 끓으면 숨이 막히고 침 등이 흡인되기도 한다. 이러나저러나 위험한 상황인 것이다.
이놈의 가래가 줄어들기는 하는 건가.. 몇 년간 의문이었다. (폐렴이 나으면서 조금 줄어들기는 했다.)
뽑아도 뽑아도 옹달샘 마냥 계속 생기는 가래... 정말 지긋지긋하다.
아직도 하루에 평균 10번씩은 가래 석션을 하고 있는 지금이지만, 예전에 비하면 아주 감사한 일이다.
언젠간 이마저도 줄어들 날이 오지 않을까.....
오늘도 힘내야지.
※ 식사 중 가래 석션에 대한 위의 내용은 저의 경험담일 뿐이므로 위험할 수도 있으니 꼭 의료진과 상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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