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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마요

고열과 경련이 멈추질 않았다. (3일 연속 응급실을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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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하나 얻기 힘든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에서 10시간쯤 기다렸을 무렵, 아빠의 상태가 좋지 않다고 느낀 의료진이 침대를 마련해 주었다.
침대 하나 얻기 힘든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에서 10시간쯤 기다렸을 무렵, 아빠의 상태가 좋지 않다고 느낀 의료진이 침대를 마련해 주었다.

 

 

 


 

 

드디어 시작하게 된 재활의 기쁨은 잠시..

콧줄이 빠져 응급실까지 다녀오느라 너무 지쳤다.

집에 오자마자 서둘러 아빠를 침대에 눕히고,

숨 쉴 겨를도 없이 옷을 갈아입힌 후 가래 석션을 하고 경관식 피딩을 시작했다.

이제야 마음이 조금 놓인다.

(아빠의 식사 시간이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늘 마음이 조급해졌다.)

아빠도 많이 지쳤는지 눕자마자 눈을 감고 주무신다.

 

 

 

여기저기 널브러진 옷가지와 신발, 휠체어를 정리하고 한숨 돌렸다.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이 오간다.

 

 

'아빠가 회복할 수 있을까.....'

 

 

 

많은 욕심들을 하나씩 덜어내 본다.

 

 

 

 

경관식 피딩이 잘되고 있나 확인하려고 방안에 들어갔는데,

잘 주무시고 계실 거라고 생각했던 아빠가 인상을 팍 쓰고 힘들게 숨 쉬고 계셨다.

너무 놀라 아빠의 상태를 여기저기 살펴보았다.

우선 열을 재보니 38도가 넘는다.  큰일이다.

좋지 않은 신호에 갑자기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뛴다.

산소포화도를 재보니 88~89로 떨어져 있었다.

피딩을 멈추고 급히 가래 석션을 하니 산소포화도가 조금 올랐다.

 

 

"아빠, 괜찮아??"

 

 

 

많이 힘드신지 아빠가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아빠가 갑자기 치아를 딱딱 부딪히며 턱을 마구 떤다.

팔과 다리도 부들부들 떤다.

처음 보는 증상에 갑자기 너무 무서워졌다.

다행히 조금 전에 응급실을 다녀왔고 의료진이 큰 문제가 없다고 했기에..

아빠가 재활도 하고 응급실에서 여러 가지 검사와 콧줄까지 끼느라 힘드셔서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이라 생각했다.

우선 응급실에서 비상으로 지어준 해열제를 먹였다.

아빠를 잘 달래 가며 옆에 딱 붙어 체온과 산소포화도의 수치를 수시로 확인했다.

 

 

 

 

1시간 정도가 지났을까...

해열제 약발이 도는지 열은 떨어졌다.

일단 다행이었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증상들 때문에 불안했다.

아빠가 훌쩍 내 곁을 떠나버릴 것 같아 공포가 몰려왔다.

 

 

 

밤새 아빠를 지켜봤다.

기침과 가래가 괴롭히긴 했지만..

엿가락처럼 늘어져 침대에서 거친 숨소리를 내며 깨지 않고 잘 주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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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이 되었다.

오늘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길 바라며 평소처럼 가래 석션과 경관식 피딩으로 아침을 시작했다.

 

 

정오쯤 되었을까...

늘 하던 대로 아빠의 귀에 체온계를 가져가 열을 쟀다.

어? 이상하다.

또 38도가 넘어 있었다.

아빠를 깨워 괜찮냐고 상태를 살펴보는데, 어제처럼 또 턱과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다시 응급실을 가야겠다.'

 

 

 

서둘러 아빠 옷을 입히고 비상 가방을 메고 신분증을 챙겼다.

(응급 상황을 대비해 필요한 물품을 미리 챙겨 비상 가방을 꾸려 놓았다.)

축 늘어진 아빠를 이끌고 휠체어에 태워 지하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어찌어찌 아빠를 차에 태우고 서둘러 휠체어를 차에 실었다.

 

 

"아빠, 응급실 가니깐 걱정하지 마.  괜찮을 거야."

 

 

 

긴장했을 아빠를 안심시키고, 정신없이 운전해서 응급실에 도착했다.

바로 접수를 해주셔서 응급실로 들어가니 어제 만났던 의사분이 또 계셨다.

증상을 빠르게 전달하고 안내된 구역의 침대로 이동했다.

폐렴을 앓았던지라 기침과 가래가 계속 있었는데..

이런 증상 때문에 무조건 코로나 검사를 또 해야 한다고 했다.

벌써 몇 번째 코로나 검사인지 모르겠다.

가뜩이나 콧줄 때문에 코 안이 성한 곳이 없는데, 코로나 검사까지 더해져 코가 남아나질 않는다.

아빠가 너무 안쓰럽다.

 

 

 

혈액 검사, 동맥혈 검사, 소변 검사, 엑스레이 검사 등 기본 검사들이 이어진다.

응급실에 한번 들어가면 아무리 빨리 진행된다 해도 기본이 몇 시간인데..

어제에 이어 오늘도 응급실에 오니 미치겠다.

내가 의지할 곳이라고는 동그란 방석의 바퀴의자 하나뿐.

 

 

 

 

 

몇 시간이 지나니 검사 결과가 나왔고,

일단 코로나와 독감은 음성, 염증 수치는 약간 올랐는데 문제 있는 수준은 아니었고..

폐 사진도 크게 나쁘지는 않다고 했다.

일단 해열제 주사를 맞고 항생제를 조금 처방해주겠다고 한다.

큰 문제가 없다고 하니 안심이었지만 계속 이런 증상이 나타날까 봐 걱정이 됐다.

바로 퇴원해도 된다고 하셔서 수납 후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오자마자 다시 옷 갈아입고 가래 석션하고 경관식 피딩을 하고 항생제를 복용했다.

약 기운 탓인지 아빠는 어제보다는 편한 모습으로 잘 주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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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루가 지났다.

평소처럼 아빠의 상태를 살피며 하루를 시작했다.

밤새 땀을 흘려서인지 꼬질꼬질한 아빠를 씻겨야겠다 생각하고 욕실로 이동했다.

쌀쌀한 겨울 날씨에 감기 걸릴까 싶어 욕실 난방을 하고 목욕의자를 폈다.

늘어져 있는 아빠를 일으켜 안아 욕실로 모시고 가 샤워를 했다.

양치질을 시작하는데 아빠의 턱이 또 부들부들 떨린다.

 

 

'추워서 그런가...?'

 

 

 

난방을 하고 있어서 욕실이 춥지 않았는데,

혹시 몰라 뜨거운 물을 틀어 샤워기를 아빠의 등에 가져다 댔다.

그래도 아빠의 떨림이 멈추질 않았다.

왠지 모를 싸한 기운을 감지하고 대충 샤워를 마무리 후 서둘러 옷을 입혀 아빠를 침대에 눕혔다.

이불로 몸을 잔뜩 감싸고 아빠의 증상을 살펴본다.

물기를 머금었음에도 불구하고 체온을 재보니 아빠는 또 고열이 났다.

아무래도 뭔가 문제가 생겼구나 싶어 어제 방문했던 집 근처 종합병원이 아닌

다니고 있는 다른 상급종합병원의 응급실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서둘러 아빠 옷을 입히고 비상 가방을 메고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을 향했다.

 

 

 

 

3일 연속 3번째 응급실 방문.

 

 

'우리 아빠 괜찮은 걸까.....'

 

 

 

불과 몇 개월 전 중환자실 앞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던 때가 떠올라 겁이 났다.

순식간에 두려움이 나를 지배한다.

 

 

 

 

 

상급종합병원답게 길어지는 대기시간.

의료진에게 여러 차례 진행상황을 물어봐도 무조건 기다리라는 답변뿐이다.

목받침도 없는 휠체어에 수그리고 앉아 힘겹게 숨을 쉬고 있는 아빠가 걱정됐다.

어떤 어르신이 응급실에 가면 데굴데굴 구르고 소리 질러야 재빨리 진료를 봐준다는 농담이 생각났다.

건강할 때에도 무조건 정해진 규칙을 잘 지키며 힘들어도 지독하게 참아냈던 아빠였기에...

지금 이 상황에서도 죽는 줄도 모르고 말없이 참고만 있는 아빠의 모습이 답답했다.

답답한 마음에 아빠에게 한 소리를 해버렸다.

 

 

"아빠,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  여기 병원이야."

 

 

 

 

 

23시간을 기다렸다.

이 병원의 응급실에 자주 방문한 듯한 보호자분들은 돗자리를 챙겨 와 응급실 바닥에 깔고 드러누워 잠을 청하셨다.

의료진이 너무 바빠 보였다.

아빠에게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어 잠시 물을 사러 갈 시간도 없었다.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

아빠는 집에 가고 싶다고 힘없이 말했다.

병 고치러 왔다가 병에 걸린 기분이다.

3일 연속 응급실 대기는 너무 힘들다.

 

 

 

 

 

 

 

오랜 기다림 끝에 다가온 의료진에게서..

아빠의 폐에 물이 차 응급으로 입원을 해야 한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하................  또 입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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