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장을 열어 보았다.
가볍고 튼튼하면서 디자인도 예쁜 신발들이 쭉 놓여 있었다.
나이 들어 넘어지면 큰일 난다고 엄마가 아빠를 위해 사놓은 신발들이었다.
아빠는 애지중지 너무 아끼다가 제대로 신어보지도 못했다.
결국 아빠의 거동이 불편해지고 발도 부으면서 다시는 신어보질 못한 신발들이 되어 버렸다.
아끼다가 똥 된 신발들...
계속 둬봤자 아무 의미 없겠다 싶어 다른 사람들이 많이 한다는 중고거래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백화점에서 비싸게 구입한 좋은 신발들이고, 언젠가 아빠가 신을 수도 있지 않을까란 생각에 아깝기도 했지만,
그래도 지금은 필요한 다른 사람들에게 드리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중고거래에 내놓을 신발들을 추려보니 4켤레 정도 되었다.
막상 내놓으려니 왜 그렇게 애착이 가는지 또 속상해졌다.
'이 예쁜 신발 신고 나랑 산책 다녔으면 얼마나 좋아.....'
차마 아빠에게는 신발 정리하겠다고 말하지 못했다.
그냥 나중에 더 예쁜 신발을 사줘야지 하고 마음먹고, 정리를 시작했다.
우선 중고거래를 위해 요리조리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휴대폰으로 앱에 접속하여 자세한 설명을 적는다.
작성완료 버튼을 누른다.
그렇게 올리고 나니 바로 앱 알림이 뜬다.
구매한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만날 장소와 시간을 정한 후, 정성스럽게 빈 박스에 아빠의 신발을 담아 포장했다.
별거 아닌 일에 마음이 참 이상해진다.
아빠가 아파서 생사를 넘나들고 있었던 상황이어서인지, 나의 마음도 많이 예민해졌다.
뭔가 떠나보낸다는 것에 대한 이상한 감정이 몰려왔다.
한참을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또다시 지난 일에 대한 후회와 죄책감이 몰려온다.
'후......................'
그날 저녁, 집 앞까지 와주신 구매자분과 만나 거래를 하였다.
"싸게 좋은 물건 판매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필요하신 분께 드릴 수 있어서 기분이 좋네요."
첫 거래는 꽤 성공적이었다.
젊은 남자분이었는데, 실제 판매상품을 보고 나니 더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나는 그렇게 아빠의 신발을 하나하나 정리했다.
지금은 아빠의 신발이 놓였던 자리가 비어있지만,
아빠가 다시 건강해져서 다시 걸을 수 있는 날엔 내가 더 튼튼하고 예쁜 신발 많이 사줄 거다.
내 옆에 조금만 더 오래 있어줘. 아빠.
2024.11.17 - [아프지마요] - 먹지 못하는 고통이란.. (콧줄 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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