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열이 난다.
아빠의 몸이 너무 뜨겁다.
나는 아빠가 죽을까 봐 겁이 나서 늘 자는 둥 마는 둥 하며, 아빠의 숨소리에 집중한다.
숨 쉬는 소리를 느끼고 나서야 안도하는 날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 어느 때처럼 새벽녘 아빠의 상태를 살피던 중 열이 나는 걸 발견했다
서둘러 간호 데스크로 뛰어갔다.
"선생님, 아빠가 열이 나는 것 같아요."
급히 담당간호사분이 뛰어 오셨다.
체온을 재보니, 38.6도... 고열이다.
병원 매뉴얼대로 미리 처방된 해열제 주사를 연결하고, 얼음팩을 양쪽 겨드랑이 사이에 낀다.
그리고 급히 엑스레이를 찍고, 혈액 균검사와 소변검사를 진행해야 한단다.
손가락에 연결된 기계의 모니터에서 계속 소리가 난다.
산소포화도가 떨어진다. 동맥혈 검사도 추가되었다.
(그릉.... 그르릉...... 그릉..........)
어김없이 가래 끓는 소리가 난다.
서둘러 가래 석션을 한다.
잠시 후 주사 선생님(주사만 전담으로 놓는 전문의료진)이 오셨다.
병원복 소매를 걷어 요리조리 살핀다.
수차례 바늘에 찔려 이젠 찌를 곳도 없는 울긋불긋 멍든 아빠의 팔과 다리를 보니 기분이 안 좋다.
"균검사는 3군데를 채혈해야 해요. 에구... 바늘 찌를 곳이 마땅치 않네요."
"휴.........................." (한숨이 절로 나왔다.)
팔과 다리 여기저기 찔리고, 차가운 기계로 엑스레이를 찍고 나서야 한숨 돌린다.
해열제 덕분인지 열이 조금씩 내려가고 있다.
놀라서 미친 듯이 뛰었던 심장이 그제야 진정이 된다.
폐렴 환자는 열이 나는지 잘 체크해야 한다.
열이 난다는 것은 폐렴균에 의해 몸에 염증 수치가 높아지면서 폐렴이 나빠지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간혹 열이 안나는 환자도 있다고 한다.)
아빠는 벌써 며칠째 폐렴과 격렬하게 싸움 중이다.
교수님은 쓸 수 있는 항생제는 모두 퍼붓고 있다고 지켜보자고 말씀하셨고..
(이 말은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지켜보자는 말로 들렸다.)
아빠가 이미 면역력은 바닥이고 나이가 있으니 겁이 났다.
(대부분의 환자는 결국 합병증으로 폐렴과 패혈증 등으로 사망한다는 인터넷 글을 보고 마음이 심란했다.)
볼은 푹 파여있고, 기운이 없어 약에 취해 잠만 자는 아빠를 보니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
아빠가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까....
후회하기 전에 미리 잘 챙겼어야 했는데.. 난 왜 이리 늘 한 발짝 늦는 걸까.....
아직은 아빠에게 해주고 싶은 것이 참 많은데..
금방 무기력해진 난 보호자 침대에 몸은 뉘어본다.
지독하게 지치고 힘든 여름밤이 지나간다.
나도 아빠도 점점 빛을 잃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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