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아프기 시작하면서.. 시간은 더 미친 듯이 흘러간다.
특히나 119에 도움을 받아 응급실에 실려와서, 중환자실을 거쳐 현재 입원 중인 상황까지...
어떻게 버티며 숨 쉬고 살았는지 모르겠다.
아빠는 연세가 있으시기도 하고 워낙 몸이 약해져 있는 상태라 빠르게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저 지금은 열이 안 나고, 가래가 조금 잠잠해지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뿐이었다.
어김없이 늘 하던 대로 간병을 하며 멍 때리고 있던 어느 날 한통의 문자가 왔다.
확인해 보니 원무과에서 병원비 중간 수납을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얼마 전 원무과에 가서 문의했을 때에는 퇴원할 때 정산하면 된다더니..'
발신자 번호로 전화를 하니 금방 원무과로 연결이 된다.
처음이라 모르는 게 많아 문의를 하니, 원무과 직원의 짜증스러운 목소리가 들린다.
중간 수납을 하지 않으면 치료를 중단할 수도 있다는 약간의 강압적인 신경질까지...
협박하는 것도 아니고.. 화가 치민다.
바로 엄마에게 전화를 거니, 아빠 치료 안 해주면 어떡하냐고 빨리 정산해 버리라고 하신다.
터벅터벅 층마다 설치되어 있는 수납기에 걸어가서 수납을 하고 출력되는 영수증을 확인해 보니,
이미 누적 병원비가 3천만 원을 훌쩍 넘어가고 있다.
휴.... 그렇게 평생 아끼기만 하더니.. 병원비로 다 쓰고 있는 현실에 또 짜증 난다.
먹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에 돈 좀 쓰고 즐겁게 살지.
또 아끼다 똥 됐네.
우리나라는 건강보험 제도가 잘 되어 있어 본인부담액상한제라는 제도 때문에 병원비가 많이 나와도 괜찮다고들 한다.
그런데 비급여 항목 제외하고 여러 가지 간병 소모품 등을 고려하면,
환자와 보호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전혀 괜찮지 않다.
특히나 아빠는 기저질환이 있어 실비보험을 들지 못했던 상황이기에 한숨만 나왔다.
돈 좀 많이 벌어둘걸.
'1인실로 배정해 주세요.' 이런 말도 자신 있게 못 하는 나 자신이 한없이 미워졌다.
퇴원은 언제 할지도 모르는데.. 간병은 이제 시작인 것 같은데...
이 장기적인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깊은 고민에 빠졌다.
무거운 마음을 안고 병실에 들어와서 아빠에게 말한다.
"아빠, 병원비 내고 왔어. 걱정하지 마. 내가 다 알아서 할게. 빨리 낫기나 해."
앞으로 나의 삶은 어떻게 바뀌게 될까..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감히 상상도 안된다.
그래도 힘내보자. 그리고 버텨보자.
2024.11.20 - [아프지마요] - 또 열이 난다.. 폐렴은 정말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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