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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마요

자식을 위한 아빠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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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응급 CT 찍던 날. (나는 펑펑 울 수밖에 없던 날.)
아빠가 응급 CT 찍던 날. (나는 펑펑 울 수밖에 없던 날.)

 

 

 


 

 

아빠가 입원하게 되면서 간병을 나 혼자 밖에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휴직을 결정하게 되었다.

회사를 위해 충성스럽게만 살아왔던 나의 17년 만의 첫 휴직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렇게 멍청하게 살았을까... 아주 후회스럽다.)

 

 

아빠의 간병을 하려면 가래 석션을 잘했어야만 했는데, 엄마는 배워도 잘 못하시겠다고 하였다.

무엇보다도 아빠가 가래가 부글부글 끓을 때, 엄마는 너무 당황을 하여 더 겁을 내신 것 같다.

사건이 한번 있었는데, 엄마가 아빠 식사 전에 가래 좀 뽑아달라고 간호사분께 요청드렸으나..

해주시기로 한 간호사분이 깜박 잊고 퇴근을 해버리셨다.

엄마는 아빠 식사시간이 늦어지면 약 복용시간까지 늦어지기에 안 되겠다 생각하시고는..

본인이 할 수 있을 만큼 배운 대로 석션을 하고 식사를 주었는데,

식사 도중에 가래가 너무 많이 끓어서 다시 간호 데스크에 이야기를 하였으나,

주말이어서 인원이 적은 탓에 바쁘셨는지 대답만 하고는 아무도 와주지 않으셨다.

아빠는 숨이 넘어갈 듯 가래가 끓고.. 당황한 엄마는 급히 내게 전화를 하였다.

"아빠 가래가 너무 끓어. 숨이 넘어갈 것 같은데 무섭다. 아무도 안 와... (흐느낌)"

잠시 나는 엄마와 보호자 교대를 하고 2시간 정도 필요한 물품 챙기러 집에 왔었는데..

그 사이에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이야..........

전화를 끊자마자 미친 듯이 병원으로 차를 몰고 가 급하게 보호자 교대를 하고 뛰어 올라가서 가래를 뽑아낸 후에야

아빠의 산소포화도는 다시 안정되었고, 표정도 편안해졌다.

 

아빠에게 괜찮냐고 물으니, 힘들어서 말도 잘 안 하던 아빠가 겨우 내뱉은 말은....

 

"너무 힘들어.... 죽고 싶다........."

우리 아빠는 살면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죽고 싶다고 말씀하신 적이 없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라 간호 데스크로 씩씩거리며 갔다.

어떻게 수십 번 요청을 해도 환자가 저 지경이 되도록 들여다보지 않을 수가 있느냐..

환자가 죽고 싶다고 할 정도인데 정말 너무 한 거 아니냐...

산소포화도가 급격하게 떨어져 기계가 마구 울리는데 와보지도 않은 거냐... 담당간호사분이 누구시냐.....

.......................................................

.............................................

 

다음 날 수간호사분이 와서 사과를 하시며 하시는 말씀이..

주말에는 인력이 부족하다. 그래서 되도록 석션 못하시는 어머니는 주말에 안 오셨으면 좋겠다.

담당간호사가 잘못한 거는 맞기에 이따가 사과하러 올 거다 등..... (끝내 담당간호사는 사과하러 오시지 않았다.)

'하..... 석션을 못하는 가족은 보호자로도 올 수가 없구나....'

다급한 순간에 정말 운이 지독하게 없다면,

아빠가 헥헥거리고 숨이 막혀가는 동안에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상급종합병원이란 곳이 참 너무하다.)

입원기간 초반에 엄마가 가래 석션을 처음 배우고자 했을 때에도..

병원 담당간호사분은 엄마에게 인터넷 동영상을 찾아서 배우라고 하거나,

엄마가 인터넷을 못하니 손동작만 동영상 찍으면 안 되겠냐고 하니 휴대폰을 집어던지는 등...

상식 밖에 행동을 했었기에 그 트라우마가 말도 못 하게 컸다.

 

이런 트라우마 때문에 엄마는 더 이상 병원에 오시질 못하셨다.

이 때문에 나는 24시간 아빠 옆에 있으며 주도적으로 간병을 하게 되었다.

 

 

 

휴직기간이었지만 병원에서도 업무를 해야만 했다.

심지어 급여도 안 나오는 무급임에도 불구하고,

아빠를 닮아 쓸데없이 성실했기에 회사에서 요청이 오면 거절하지 못하고 일을 했다.

(괜히 고생하고 있을 동료와 팀원들에게도 미안했다.)

당연히 회사에서는 이러한 충성스러운 직원을 좋아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가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져 응급상황에 놓인 적이 있다.

울고불고 난리가 났었는데 그날도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미안하지만 이것저것 도움을 달라는 내용.....

웬만하면 그러고 싶은데 지금은 아빠가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정신이 없고 너무 어렵다 했다.

 

 

이후 상위자가 직접 처리한 일에서 문제가 생겼다.

못된 상위자 덕에 모든 책임은 나에게로 왔다.

기관장은 나에게 소리를 지르고 욕을 했다.

 

"씨O.... 구급차를 타고 와서라도 일을 해야지!"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일하고 있는 직장은 나름 정부부처의 관리 감독을 받는 공공기관이었는데

겉만 번지르르하지 속은 썩을 대로 썩어 있었다.

늘 성실하고 일 잘한다고 인정받았던 나였는데, 직장에 대한 신뢰감이 우르르 무너졌다.

 

 

이 날 처음으로 후회했다.

아니... 모든 걸 후회했다.

 

쓸데없는 것에 충성스러웠던 삶을...

나를 위해 노력하지 않았던 지난 삶을.....

 

 

며칠을 펑펑 울었는데 조금 몸이 나아진 아빠는 날 보더니 힘없는 손으로 토닥토닥 거린다.

걱정할까 봐 아무 말을 안 했어도 얼굴에 묻어 있는 나의 슬픔을 아빠는 보았던 것이다.

 

아빠의 그 손길이 얼마나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지금까지도 온기가 남아있다.

그렇게 아프고 정신 차리기 힘든 상황에서도 자식을 위한 아빠의 마음이란..

 

 

아빠의 자리가 참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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