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번 호흡곤란으로 퇴원이 취소되면서 다시 지긋지긋한 병원 생활이 이어졌다.
이전과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다.
VRE 내성균 때문에 병실에 갇혀 있는 게 답답했을 뿐.
와상환자인지라 폐렴도 만성이 되어 폐사진이 완벽하게 깨끗하지는 못한 상태였고,
아주 정상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염증수치도 많이 내려왔다.
약간 불안정한 상태이기는 하나, 생사가 오가는 위급한 상황은 벗어났다.
입원했던 병원은 3차 상급대학병원이었고 어느 정도 안정이 되니 퇴원에 대한 압박이 시작되었다.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나야말로 집에 가고 싶어서 안달이 난 상황이다.
어차피 퇴원을 하면 집으로 갈 생각이었기에 안정적인 간병을 위해 미리 준비를 시작했다.
허둥지둥 급하게 준비했던 지난번과는 달리 이번에는 더 꼼꼼하게...
혹시 빠진 물품은 없는지 병원에서 사용하는 물품들을 자세히 한번 더 살펴보았다.
놓친 물품은 모조리 인터넷으로 주문을 했다.
모션베드, 수액걸이(옷걸이), 가래 석션기, 석션 카테터, 멸균 생리식염수, 에어웨이,
손소독제, 멸균 장갑, 목욕 의자, 체온계, 산소포화도 측정 기계, 욕창 매트 및 드레싱 소모품,
멸균 면봉, 네블라이저 기계, 휠체어, 혈압 및 혈당 측정 기계, 기저귀, 방수 패드,
의료용 가위, L-tube(콧줄) 고정 테이프, 경장영양액 및 피딩줄, 스펀지 칫솔,
알약 분쇄기, 피딩을 위한 주사기, 콧물 흡입기, 체위변경 쿠션, 휴대용 산소 등
(준비할게 참 많다...... ㅠㅠ)
생각보다 준비할 것들이 참 많았지만, 부족함이 없도록 여유 있게 주문을 하였다.
(불안한 마음을 의료 소모품 쇼핑으로 채운 것 같다.)
병원에서 이것저것 많이 겪어서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집으로 가서 오롯이 혼자서 간병할 생각을 하니 불안하고 긴장이 되었다.
게다가 퇴원하던 날 호흡곤란을 겪고 병원 문 앞에서 출발도 못하고 다시 재입원까지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잘할 수 있겠지........?
만약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병원이 멀지 않으니 바로 응급실로 오면 돼. 괜찮을 거야.'
무작정 달려들어 요령 없이 간병을 시작해서 인지, 손목과 허리가 많이 아프다.
이것저것 보호자가 해야 할 일이 많아 늘 자세도 구부정했고, 좁은 보호자 침대에서 쪼그려 지내느라 더욱 그랬다.
그래서 나도 집이 너무 그리웠다.
잠시 가족들에게 아빠를 맡겨 두고 아무 생각 없이 푹 자고 싶었다.
주말에 잠시 엄마와 보호자 교대를 해서 의료기상사에서 구입한 물품을 집으로 운반하고,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배송된 택배를 모두 개봉하였다.
하나하나 소독티슈로 닦으면서 내가 익숙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치하고, 자리 배치를 하였다.
정리를 하고 나니 어느 정도 병원과 비슷한 환경이 되었다.
이제 아빠만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면 된다.
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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